정상진 at9필름 대표
‘아트나인’ 문 연 정상진 at9필름 대표
이수역에 강남권 첫 예술영화관
복합상영관 맞먹는 비용 투자
1개관에 영사기 2대·스피커 11개
세계 최고수준 화질·음향 갖춰 “상업성 올인 대기업들 자극받길…
수익내서 독립영화 활로 열고파”
16일까지 35편 상영 ‘개관 영화제’ “최상의 영화관을 만드는 데 미쳐 있다”는 그에게 지인들이 넌지시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차라리 1년에 70만~80만명 고정 관객들이 들어오는 지방의 복합상영관을 구입하는 게 어떤가?” 그가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예술영화전용관을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화질·음향 수준에선 세계 어떤 극장과 맞붙어도 자신있다”는 이 극장에, 스크린 6개의 복합상영관을 짓는 비용과 맞먹는 돈을 썼다. “대기업이 나서지 않으니, 내가 해보자고 한 거죠.” 정상진(44) 엣나인(at9)필름 대표가 말했다. 씨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에 ‘무비콜라쥬’와 ‘아르떼’라는 다양성영화관이 있지만, 상영관 수가 각각 전국 9개관과 5개관으로 미미하다. 정 대표는 복합상영관에서 구석에 박힌 듯 1개관을 겨우 차지하는 무비꼴라쥬와 아르떼를 별도 공간으로 떼어내 독립 운영하는 게 어떠냐고 해당 극장 쪽에 제안하기도 했다. 대기업 극장들이 꿈쩍하지 않자, 정 대표는 아예 “내가 뱉은 말이니 내가 책임지자”며 독립·예술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할 공간을 직접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그 ‘아트나인’이 9일 문을 열었다. 서울 사당동 이수역(7번 출구·골든시네마타워 12층) 인근에 위치한 이 극장은 강남권의 첫 예술영화전용관이다. 개관식 이튿날인 10일, 아트나인에 들어서자 커피향과 공간의 포근함이 뒤섞여 밀려왔다. 극장홀은 카페·레스토랑으로 꾸몄다. 그냥 카페 의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화가 이승오의 작품들을 벽에 걸어 개인전도 열고 있다. 관악산이 보이는 테라스엔 야외 극장시설도 갖췄다. “영화가 끝나면 쫓겨나듯 나가는 게 아니라, 영화 여운도 되새기는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그의 바람이 담겼다. “극장을 만들며 몸무게가 9㎏ 빠졌다”는 그는 최적의 관람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세계 최초라는 ‘뒤로 기운 스크린’은 그 중 하나다. 지면과 직각인 다른 스크린들과 달리, 그는 2개 상영관(92석·58석)의 스크린을 7~9도 뒤로 눕혔다. “영사실이 극장 뒤편 상단에 있어, 영사기 렌즈에서부터 스크린 하단까지와 스크린 상단까지 거리가 달라요. 화면의 포커스가 (미세하게) 흐트러지죠. 스크린 하단을 앞쪽으로 조금 당겨, 영사기에서 스크린 상·하단까지의 거리를 동일하게 맞춰 좀더 완벽한 화질을 만들어낸 겁니다.” 복합상영관들이 이런 시도를 꺼리는 건, 스크린 하단을 조금 당긴 만큼 극장 좌석이 뒤로 밀려야 해서 앞쪽 몇열의 좌석 설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면의 명암을 더 또렷하게 구현하려고 영사실에 보조 디지털영사기(소니 VW1000es)도 추가 설치해, 1개관에서 영사기 2대를 운용한다. 서울 남산 자동차극장, 메가박스 이수·이채 등을 운영하는 그는 관객들 사이에서 음향시설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메가박스 이수’보다 “음향 시스템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보통 극장들이 스크린 장막 뒤에 4~5개의 스피커를 놓지만, 아트나인은 고음질을 구현하는 ‘하이엔드 스피커’들을 포함해 총 11개의 스피커를 설치했기 때문에 소리가 뭉개지는 현상 없이 모든 음역대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독립·예술영화관 확대를 갈망해온 영화인들은 ‘아트나인의 의미 있는 도전’을 지켜보고 있다. “은행 빚으로 개관했다”며 웃는 그는 “수익을 내어서 독립·예술영화관의 활로를 열고 싶다”고 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음악·음향효과가 중요한 작품들을 묶은 ‘귀로 듣는 영화전’ 등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16일까지 국내영화 <주리> <남영동 1985> <공정사회>, 외화 <세 얼간이> <인 어 베러 월드> 등 35편을 상영하는 ‘개관 영화제’를 열고 있다. 이미 그는 메가박스 이수·이채 등에서 ‘시네마 큐레이터’ 개념을 도입한 각종 영화 기획전을 열어 호평을 받아왔다.
영상·음향수준을 높인 만큼, 극장요금을 1000원 올리고, 카드·통신사 할인을 없애기로 했다. 정 대표는 “요금할인 등을 하지 않음으로써, 국내 배급·제작사에 수익을 좀더 돌려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영동 1985>에 투자하고 배급도 맡았던 그는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접하면 다양한 삶의 가치를 접할 수 있고, 관객의 눈이 높아지면 그에 부응하는 좋은 감독들과 영화들이 나온다. 그래서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들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 개인이 예술영화관을 여는 이런 시도가 복합상영관을 가진 대기업에 자극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야외극장을 바라보며, “봄이 되어 저 공간에서 뭘 할지 생각할 때마다 행복하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단편영화도 상영하고, 야외무대에서 음악연주·발레공연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카페에서 음료수 한 잔이라도 사야 야외극장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고 했지만, 그는 “누구든 그냥 와서 영화·공연을 보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문화공간은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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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까지 35편 상영 ‘개관 영화제’ “최상의 영화관을 만드는 데 미쳐 있다”는 그에게 지인들이 넌지시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차라리 1년에 70만~80만명 고정 관객들이 들어오는 지방의 복합상영관을 구입하는 게 어떤가?” 그가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예술영화전용관을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화질·음향 수준에선 세계 어떤 극장과 맞붙어도 자신있다”는 이 극장에, 스크린 6개의 복합상영관을 짓는 비용과 맞먹는 돈을 썼다. “대기업이 나서지 않으니, 내가 해보자고 한 거죠.” 정상진(44) 엣나인(at9)필름 대표가 말했다. 씨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에 ‘무비콜라쥬’와 ‘아르떼’라는 다양성영화관이 있지만, 상영관 수가 각각 전국 9개관과 5개관으로 미미하다. 정 대표는 복합상영관에서 구석에 박힌 듯 1개관을 겨우 차지하는 무비꼴라쥬와 아르떼를 별도 공간으로 떼어내 독립 운영하는 게 어떠냐고 해당 극장 쪽에 제안하기도 했다. 대기업 극장들이 꿈쩍하지 않자, 정 대표는 아예 “내가 뱉은 말이니 내가 책임지자”며 독립·예술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할 공간을 직접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그 ‘아트나인’이 9일 문을 열었다. 서울 사당동 이수역(7번 출구·골든시네마타워 12층) 인근에 위치한 이 극장은 강남권의 첫 예술영화전용관이다. 개관식 이튿날인 10일, 아트나인에 들어서자 커피향과 공간의 포근함이 뒤섞여 밀려왔다. 극장홀은 카페·레스토랑으로 꾸몄다. 그냥 카페 의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화가 이승오의 작품들을 벽에 걸어 개인전도 열고 있다. 관악산이 보이는 테라스엔 야외 극장시설도 갖췄다. “영화가 끝나면 쫓겨나듯 나가는 게 아니라, 영화 여운도 되새기는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그의 바람이 담겼다. “극장을 만들며 몸무게가 9㎏ 빠졌다”는 그는 최적의 관람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세계 최초라는 ‘뒤로 기운 스크린’은 그 중 하나다. 지면과 직각인 다른 스크린들과 달리, 그는 2개 상영관(92석·58석)의 스크린을 7~9도 뒤로 눕혔다. “영사실이 극장 뒤편 상단에 있어, 영사기 렌즈에서부터 스크린 하단까지와 스크린 상단까지 거리가 달라요. 화면의 포커스가 (미세하게) 흐트러지죠. 스크린 하단을 앞쪽으로 조금 당겨, 영사기에서 스크린 상·하단까지의 거리를 동일하게 맞춰 좀더 완벽한 화질을 만들어낸 겁니다.” 복합상영관들이 이런 시도를 꺼리는 건, 스크린 하단을 조금 당긴 만큼 극장 좌석이 뒤로 밀려야 해서 앞쪽 몇열의 좌석 설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면의 명암을 더 또렷하게 구현하려고 영사실에 보조 디지털영사기(소니 VW1000es)도 추가 설치해, 1개관에서 영사기 2대를 운용한다. 서울 남산 자동차극장, 메가박스 이수·이채 등을 운영하는 그는 관객들 사이에서 음향시설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메가박스 이수’보다 “음향 시스템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보통 극장들이 스크린 장막 뒤에 4~5개의 스피커를 놓지만, 아트나인은 고음질을 구현하는 ‘하이엔드 스피커’들을 포함해 총 11개의 스피커를 설치했기 때문에 소리가 뭉개지는 현상 없이 모든 음역대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고 한다.
9일 개관한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상영관의 스크린이 뒤로 조금 기울어져 있다(사진 오른쪽). 영사기 렌즈에서부터 스크린 하단과 상단까지의 거리를 동일하게 맞춰 좀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기 위함이다.‘아트나인’을 지은 정상진 대표와 카페·레스토랑으로 꾸민 극장홀, 아늑한 느낌의 상영관 내부 모습(작은 사진 위에서부터).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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