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나비와 바다’
다큐영화 ‘나비와 바다’
신랑·시어머니의 차별적 결혼관
남성중심 성의식 가감없이 담아
신랑·시어머니의 차별적 결혼관
남성중심 성의식 가감없이 담아
‘그들’은 조금 더 순수하지 않을까? 비장애인들이 경험하는 ‘보통’의 연애나 결혼과 달리 그들의 사랑은 뭔가 특별한 게 아닐까?
2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비와 바다>(박배일 감독)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품는 막연한 기대·환상을 반박한다. 영화는 장애인 커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담는데, 두 사람의 상황을 아름답게만 포장하지 않는다. 장애인 커플이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에게 차별적인 성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가감 없이 담는다. 8년째에 접어든 연인 우영씨와 재년씨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 모두 뇌병변 장애인이다. 겉보기에도 의사 소통이나 움직임 등에서 예비 신부 재년씨의 장애 정도가 조금 더 심하다. 예비 신랑 우영씨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솔직히 털어놓는 데 반해 재년씨는 별로 말이 없다. 우영씨의 결혼하자는 말도, 아버지 건강 때문에 결혼을 미뤄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재년씨는 그저 들을 뿐이다.
예비 신랑과 예비 시어머니의 솔직한 말은 재년씨에겐 야속하다. 띠동갑 12살 위인 예비 신랑 우영씨는 “언젠가는 엄마도 먼저 가고, 이 집에 나 혼자가 될 거란 생각을 하니까 무서워지더라. 혼자보다야 둘이 안 낫겠나”는 생각에 재년씨와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만약 자신이 먼저 세상을 뜬다거나, 재년씨가 혼자 남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건 뭐 지가 나 좋다고 하니까, 그 정도는 지가 감수해야지”란다. 우영씨의 어머니 역시 며느리감에 대한 솔직한 욕심을 드러낸다. “작고 뒤틀리고 말을 잘 못하잖아. 몸은 그래도 말은 좀 더 했으면 좋겠고. 몸이라도 좀더 튼튼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영화는 장애를 매개로 삼아 남성 중심적인 결혼을 한 번 더 비춘다. 결혼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란 걸 한 번은 고민해 본 여성들이라면 답답해하면서도 공감할 만하다. 영화 후반부, 카메라는 장애인 성생활 학습 영상을 유심히 보는 재년씨의 모습을 담는다. 바로 뒤이어 결국 결혼에 이른 두 사람에게 전하는 주례사가 압권이다. “남편을 주인이라 하면, 주인으로서 공경하고 존경해야 한다. 성경에 이르기를,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라.”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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