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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 등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로 ‘생계 안전판’ 만들어야

등록 2013-01-17 20:23수정 2013-01-17 20:57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생활고에 멍든 스태프 (하)
뜻밖의 얘기였다. 영화 <도둑들>에 출연한 홍콩 배우 런다화(임달화)는 지난해 7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관계자들과 일하며 충격받은 점이 있다. 홍콩은 촬영시간이 초과하면 스태프들도 추가 수당을 받는데, 한국은 그러지 않아 놀랐다. 한국 스태프의 생활고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홍콩 배우가 한국 영화 스태프의 생계를 걱정하는 상황에 대해, 영화산업노조 안병호 촬영지부장은 이런 얘기를 꺼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란 미명 아래 스태프들이 더는 희생되어선 안 됩니다.” 생활고에 신음하는 스태프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드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 외면받는 표준근로계약서 ‘영화산업협력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영화산업노조·영화제작가협회)가 스태프 598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2년 영화 스태프 근로실태 조사’를 보면, 스태프들은 촬영기간에 하루 평균 5.5시간의 야간근로를 포함해 주당 75시간을 일했다. 응답자 중 시간외수당(야간·휴일수당)을 받은 스태프는 4.6%였다. 실업급여를 받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스태프 비율은 29.1%, 산재보험에 가입한 제작사에서 일했다는 비율도 32.6%에 그쳤다.

초과 근무수당 지급 등 담은
표준근로계약서 강제력 없어
제작사들 추가비용 부담 회피

고용노동부가 관리 감독하고
제작사에 세제감면 검토할만
허울뿐인 예술인복지법 개정도

그런데 영화산업협력위는 이미 2011년 5월 스태프와 제작사가 고용계약을 맺을 때, 4대보험 가입과 초과근무수당 지급, “영화 제작이 끝날 때까지”와 같이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계약기간을 명확히 표기할 것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어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른 계약 체결이 권고안이라 강제력이 없는데다, 비용 증가를 부담스러워하는 영세 제작사들이 이를 회피하고 있다. 영화계에선 제작사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이 보험료와 시간외수당 등 추가 비용을 포함해 투자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태프 근로실태 조사’를 맡은 김도학 책임연구원은 “스태프의 4대보험료에 대한 투자·제작사의 추가 비용이 영화 한편당 5000만~70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등 정부가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등을 지원·감독하고, 표준계약을 따르는 이른바 ‘공정 영화제작사’에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산업노조는 다음달에 씨제이·롯데·쇼박스 등 3대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함께 표준근로계약서를 따르지 않는 제작사에 이 대기업들이 투자·배급에 제한을 주는 내용의 이행협약을 맺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낮은 임금수준 ‘스태프 근로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7%(422명)는 ‘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고 하소연했다. 영화계에선 50회차(보통 하루촬영이 1회차)가 넘는 국내 상업영화의 촬영 회차를 조금 줄여서 생기는 제작비 일부를 스태프 임금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최현용 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외국에선 촬영 40회차가 넘어도 무리한 일정으로 여긴다. 영화 기획·준비단계에서 철저히 계획해, 불필요하게 비용이 새나가지 않게 촬영 회차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액 출연료로 제작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부 스타배우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력 10년차의 한 스태프는 “제작비가 적으면 스태프 인건비부터 줄이는 실정이다. 배우 출연료도 제작비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태프들 사이에선 지난해 제작가협회와 영화산업노조가 임금협상에서 맺은 시간당 5300원의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동시에, 임금 결정의 기준선이 될 수 있는 스태프 직군별 표준임금제를 도입하자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 열악한 지원제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9억7000만원을 책정했던 ‘스태프 인건비 지원사업’이 올해 폐지됐다. 홍태화 영화산업노조 조직국장은 “폐지할 것이 아니라 지원예산과 지원대상을 오히려 늘려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

그나마 영화산업노조와 제작가협회가 함께 만든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훈련 인센티브 제도’가 1년에 5~6개월 실업상태에 놓인 스태프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 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5억원의 재원으로 석달 동안 교육훈련을 마친 스태프 500명에게 100만원씩 수당을 줬다. 이승태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 사무처장은 “문화부와 영진위가 올해 이 제도 예산으로 10억원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5억원으로 삭감됐다. 이 제도의 혜택을 기대하는 스태프들이 많은 만큼 관련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예술인복지법도 허울뿐인 법안이란 지적이 많다. 예술인복지재단에 신청해 ‘예술인 인정’을 받으면 산재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게 했지만, 이마저도 사업주가 내야 할 보험료를 예술인이 전액 내도록 하고 있어, 예술인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14일 생계불안에 시달리는 예술인들을 ‘근로자에 준해 보호하고, 고용보험(실업급여)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을 냈다. 최 의원은 “현재의 예술인복지법으로는 예술인들의 실질적인 복지 증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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