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지능 착한 아빠로 변신…강아지 눈 닮았다는 말에 뿅 갔죠
첫 주연작품 ‘7번 방의 선물’ 류승룡
첫 주연작품 ‘7번 방의 선물’ 류승룡
선 굵은 연기로 주연 못지 않은 조연
최근 출연작마다 흥행…난 러키가이
이번 영화는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
조연들 짱짱해 기싸움 전혀 없었죠
연기인생 돌아보면 종주산행 같아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러키 가이~.” 최근 출연작들에 대해 들려주던 배우 류승룡(사진·43)이 갑자기 그 중 한 작품인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바람둥이 캐릭터 ‘장성기’ 의 말투로 자신을 “러키 가이~”라고 이야기했다. 장난스레 한 말이지만,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는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좋은 흥행 성적표를 가진 배우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출연한 <최종병기 활>(747만명)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까지 관객 수를 합치면 2400만명을 넘는다. 목소리 출연을 한 애니메이션 <가디언즈>(107만)를 더하면 2500만명이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7번 방의 선물>(이환경 감독)에서 6살배기 정도의 지능을 지닌 착한 아빠 ‘이용구’로 작품 목록에 새 캐릭터를 하나 더 보탠 류승룡을 18일 서울 동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7번 방의 선물>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86년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 배우의 이름이 처음으로 출연진 소개란 맨앞에 나오는 영화다. 첫 주연작이란 얘기다.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는 연기력이나, 흥행 성적에서도 ‘최고’라는 수식이 무색하지 않은 배우이지만, 그동안 그의 이름 석 자는 출연진 명단 두 번째나 세 번째 자리에 있었다. <7번 방의 선물>에서 그가 연기하는 ‘이용구’는 지능은 좀 모자라지만 딸 ‘예승’(갈소원·박신혜)에게는 누구보다 헌신적인 아빠이다. 이용구는 억울하게 흉악범으로 몰려 교도소 ‘7번 방’에 수감되는데, 동료 죄수들의 도움으로 딸 예승과 동화 같은 조우를 한다. “신파 느낌이 있죠. 이 영화는 신파예요.” 백지처럼 착한 주인공을 가장 불행한 상황으로 내몰아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이 영화가 신파스럽다는 건 그 자신도 잘 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감성의 영화는) 이환경 감독님이 잘 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누군가에겐 촌스럽게 느껴지는 신파라도, 또 다른 누군가는 좋아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감독과 배우들의 생각이 달라서 서로 제안하고, (신파적인 요소를) 줄여가려고 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린아이 같은 아빠, 딸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이 고급스럽게 보이면 어색할 것 같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주로 남성미 넘치는 역할을 연기해온 그의 눈에서 “강아지를 봤다”는 감독의 말이 <7번 방의 선물>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고 한다. “청나라 장수 역을 한 <최종병기 활> 같은 영화에서 제 눈이 강아지 같았다고 하는 거예요. 제 안에 천진함이 있다는 말씀에, 마음이 탁 열리더라고요.” 하지만 전에 연기해본 적도, 연기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지적 장애인’을 표현하는 일은 막막했다. 그래서 실제 장애 남성을 모델 삼아 이용구의 캐릭터를 채워 나갔다. “경기도 일산의 빵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남성을 네 번 찾아가서, 서너 시간씩 만났어요. 공장 사무실에서도 만나고 시나리오도 같이 읽어보고요.” 네 번의 만남 이후 말투와 표정, 몸짓을 조금씩 바꿨다. 이 영화에는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박상면, 김기천, 정진영 등이 함께 출연한다. 이들 대부분은 그간 ‘명품 조연’이란 말로 지칭되던 배우들이다. “전체와 아우러지는 법이나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들이라, 일종의 기 싸움 같은 게 전혀 없었어요. 저도 감방 장면에선 다른 배우들이 보여야 하니까 조용히 있었고요. 왜냐면 저도 조연을 많이 했잖아요. 이 장면은 누구의 장면이고, 목표가 뭐라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2004년 <아는 여자>의 단역으로 시작해 영화에서 조연, 주연까지 역할 비중을 늘려온 그이지만, 자신의 연기 인생이 “7부 능선, 8부 능선 식으로 차츰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백두산부터 태백산, 소백산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종주 인생인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도 이름이 두세 번째에 나오는 조연이고요. 다시 <고지전>처럼 예닐곱 번째 역할을 할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에선 배우들이 주연을 한 뒤엔 조연을 안하려고 하는 풍토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좋은 작품의 좋은 배역이면 비중에 상관없이 할 거예요.” 그는 요즘 <명량-회오리바다>를 촬영하고 있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과 한 번 더 호흡을 맞춘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주인공 이순신에게 맞서는 악역 일본 장수 역할이다. 그는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널리 사랑을 받기 시작한 자신을 “늦게 핀 꽃”이라고 표현했다. 이른 봄이 아니라 늦은 가을에 핀 꽃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성격도 급한데, 만약에 봄에 폈으면 시들어 말라 죽었을 거예요. 힘든 과정 속에서 제 모난 점들을 다듬을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에요. 20대에 피었으면 기고만장했을 걸요.”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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