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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제작비만 100억…숨막히는 남북 첩보액션

등록 2013-01-22 21:11수정 2013-01-22 23:27

영화 ‘베를린’
영화 ‘베를린’
영화 ‘베를린’
한석규·하정우·류승범 등 출연
남북대결·모략·음모·배신 다룬
순수 제작비만 100억 넘는 대작
화려한 추격전과 액션신 볼거리
류승완 “이렇게 떨리는 건 처음”
평소 익살스럽기까지 한 류승완(40) 감독이 이날은 좀 달랐다. 21일 영화 <베를린> 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류 감독은 “이렇게 떨리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부당거래>(2010년) 때는 관객들이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도 잘 몰랐다가 ‘봤더니 괜찮네’란 반응이었는데, <베를린>은 제작비도 많이 들었고, 개봉 전부터 기대감도 커서 부담된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라트비아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이뤄진 이 영화는 홍보·마케팅비를 뺀 순제작비만 100억원이 조금 넘는 대작이다. 감독이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로망”이라고 밝힌 한석규를 비롯해, 요즘 ‘충무로 흥행 대세’로 불리는 하정우, 이번 영화에서도 “북한 고위 권력자 아들을 양아치 스타일로 바꿔버렸다”는 평이 나올 만큼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온 류승범, 지난해 영화 <도둑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킨 전지현 등 스타배우들이 출연했다.

올해 한국 영화 기대작 중 하나인 <베를린>(31일 개봉)은 남북한 첩보원들의 추격전과, 이들 사이의 음모·배신을 그린 액션영화다. 냉전시대 종식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이 있는 도시에서, 남북한 첩보원들이 여전히 서로의 체제를 위해 복무하며 맞선다는 설정도 눈에 띈다.

영화 ‘베를린’
영화 ‘베를린’
영화는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 통역원인 아내(전지현)와 사는 북한 첩보원 ‘표종성’(하정우)이 무기거래를 시도하다, 남한 국가정보원 요원 ‘정진수’(한석규) 일행과 이스라엘 첩보 조직한테 동시에 들키면서 무산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북한 첩보원의 대결로 흐를 듯했던 영화는 북한 군부 실세 아들 ‘동명수’(류승범)가 북한 권력구도가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틈타 ‘표종성’과 북한 베를린 대사를 제거하려는 모략을 드러내면서, 북한 내부의 갈등과 그 사이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아픔들로 이야기가 방향을 튼다.

영화 <짝패>에서 액션배우로도 출연한 류 감독은 절친한 사이인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배우들의 역동적인 주먹싸움과 실감 나는 총격전 등 화려한 액션을 만들어냈다. 특히 하정우가 13m 높이의 허름한 아파트 건물에서 줄에 몸이 꼬인 채 유리를 부수며 떨어지는 탈출 모습은 극의 아찔함과 긴박감을 높인다. 한석규는 약간 다혈질이면서도 집요하게 음모를 추적하는 정진수란 인물에, 하정우는 감정의 동요를 억누르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표종성이란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액션 장면과 배우들의 연기를 즐기는 재미는 크지만, 영화의 감흥이 의외로 강하게 전해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영화는 남북한 첩보원(한석규·하정우) 간의 대결과 관계에 집중하기보다, 북한 첩보원(하정우)과 북한 군부 실세의 아들(류승범) 사이의 음모와 갈등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이런 탓에 냉전의 기운이 걷힌 베를린이란 공간에서 남북한이 아직도 냉전 대결을 벌이고 있는 ‘역설적 비극’이 진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또 동명수의 ‘개인적인 야욕과 계략’으로 인해 표종성이 체제의 배신자로 몰리기 때문에, 한 개인이 체제를 위해 일하다 용도 폐기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까지 관객의 감정이 확장되지 못할 수도 있다. 뱃속에 아이를 가진 아내를 지키려는 표종성의 분투 과정이 극적 긴장감과 뭉클함을 주지만, 이런 설정을 익히 봐왔던 일부 관객들에겐 좀더 깊은 감흥을 받는 데 한계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조금 엉뚱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 현실에선 국정원이 ‘사찰·여론조사 의혹’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드라마와 영화에선 국정원 직원들이 첨단장비와 총을 잘 다루는 ‘007 제임스 본드 같은 첩보요원’으로 소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외유내강 제공


“골프로 치면 2라운드 시작하는 기분”

한석규(49)
한석규(49)
‘정진수’ 역할 한석규 인터뷰

분단 소재로 한 영화만 3번째
“남북 합작영화 만들면 꼭 출연”

한석규(49·사진)에게 <베를린>은 19번째 출연 영화다. <이층의 악당> 이후 2년여 만이다. 4명의 자녀와 아내를 미국에 보내고 골프 운동을 즐겨 한다는 그는 “이제 골프 1라운드(1~18홀)를 끝내고 2라운드 1번홀을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배우로서 1라운드 성적은 잘 친 것도 못 친 것도 아닌, (18번홀까지 기본 타수 72타를 친) 이븐파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골프 1라운드 전반홀(1~9홀)에 해당하는 9번째 작품 <텔미썸딩>까지는 계속 흥행했지만, 이후 18번째 영화 <이층의 악당>까지 흥행의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다.

21일 영화 시사회 직후 만난 그는 “남북한에 관한 영화는 우리만의 이야기이니까 (국내외) 어떤 영화시장에서도 가장 경쟁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베를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쉬리> <이중간첩>에 이어 남북한 소재의 영화에 세편째 출연한 그는 “다음에도 이런 소재 영화에 또 출연하고 싶고, 남북한 합작영화도 만들어진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14년 전 <쉬리>에서처럼 <베를린>에서도 국가정보기관 첩보 비밀요원으로 나온다.

영화배우로서 ‘2라운드 1번홀’에 들어섰다는 그는 “예전엔 내가 영화배우라는 우쭐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난 연기하는 배우, 연기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과거엔 ‘배우로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줘야겠다’처럼 관객에게 뭘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연기무대가 좋고, 내가 배우로서 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 연기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시력이 좋지 않은 그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이후 출연작에서 안경을 쓰지 않았다. “눈이 작아 쌍꺼풀 수술을 해볼까 고민한 적도 있는데, 둘째 형이 ‘쌍꺼풀이 (대신) 연기를 해주냐’고 말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어느 순간 관객에게 내 눈이 잘 보일 수 있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생각해 안경을 안 꼈다. 그러다 보니 내 눈도 (배우로서) 참 괜찮은 눈이더라”며 웃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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