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할 말은 하고 사는 백수
이익 눈 먼 권력과 맞짱

등록 2013-01-27 19:52

영화 <남쪽으로 튀어>
영화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 2월7일 개봉
임순례 감독과 김윤석 주연 영화
섬개발 맞선 투쟁속 유쾌함 그려
<남쪽으로 튀어> 제작진은 이 작품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과 <도둑들>의 1000만 배우 김윤석이 만난’ 영화라고 홍보하고 있다. 왠지 이 영화가 따뜻하고 유쾌할 것이며, 인간미와 정의감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할 것이란 생각을 품게 만드는데, 새달 7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그런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

학창 시절 운동권 투사였던 ‘최해갑’(김윤석)은 이제 백수에 가까운 영화감독으로 지내는 인물이다. ‘무정부주의자’인 그는 국가가 국민을 의무와 제도로 강제하려 한다며, 전기요금·국민연금 납부도 거부한다. ‘가지지도 배우지도 말자’를 가훈으로 삼은 그는 자녀들도 일률적인 학교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 자신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재미없다며 극장에서 나가려 하자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나가느냐”고 따지는 모습이나, 딸의 초등학교 급식봉사에 가서 아이들에게 급식문제를 설파하는 행동에서 웃음을 자아낸다.(사진) 그런 최해갑은 아예 도시생활을 버리고 고향인 남쪽의 한 섬으로 들어간 뒤, 이곳에서 주민들을 쫓아내고 이 섬을 개발해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인·자본가들에 맞서 싸움을 벌인다. 영화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관습들을 거부하거나,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할 말을 하고 사는 최해갑의 행동에서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인물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김윤석의 연기하는 것 같지 않은 연기가 영화의 강점이다.

하지만 ‘뭔가 성에 차지 않는 영화’라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유쾌하지만 웃음의 강도는 소소하고, 최해갑을 1인 투사와 영웅으로 몰아가는 결말이 ‘급진적’이란 인상을 주는 탓이다. 섬을 개발하려는 정치인을 기둥에 매달아 처단하는 모습은, 사사로운 이득을 좇는 권력을 공개처형하는 ‘상징적 우화’라고 이해하더라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결말이라고 받아들이는 관객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관객들은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현실의 삶과 문제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던 임순례 감독의 영화답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는 폭력적이지만 어딘가 모자란 듯한 조폭들을 등장시키는 ‘상업영화 코미디 전형’을 손쉽게 차용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반대편인 ‘적’(정치인)을 단순하게 ‘악마화’시킴으로써 관객들의 공분과 통쾌함을 끄집어내려 한다. 연출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촬영장을 떠났다가 복귀하기도 했던 임 감독이 영화의 상업성을 높이자는 외부의 의견들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풀어내지 못한 건 아닌가라고 추정할 뿐이다. 영화보다 좀더 극단적인 주인공이 나오는 같은 제목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며, 배우 김윤석이 영화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영화사 거미’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박원순 “돌연 서울시장 출마 결심한 건…”
청와대 특사 강행에 여야 모두 “안돼”
카이스트 신입생 등록률 84%, 사상 최저 왜?
국방부, 상사 위에 ‘영사’ 계급 신설 추진
박근혜 당선인 “안해도 되는거면 공약 안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