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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선댄스영화제 울린 4·3의 영혼들

등록 2013-01-27 19:58

26일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이 영화는 제주 4·3 항쟁  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주민들의 원혼을 달래는 저예산 영화다.  사진제공 자파리필름
26일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이 영화는 제주 4·3 항쟁 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주민들의 원혼을 달래는 저예산 영화다. 사진제공 자파리필름
오멸 감독의 ‘지슬’ 최고상 받아
월드시네마 극영화 심사위원대상
한국 독립영화 사상 첫 쾌거
“무고한 죽음의 통증 세계적 공감”
오멸(42) 감독은 “(억울하게) 죽은 제주 주민들의 영혼이 이 영화를 만들게 했고, 제작 과정에서도 우리를 도왔다고 생각한다. 그 영혼들과 수상 결과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수상에 대한 벅찬 기쁨을 표현하는 대신, “영혼들의 슬픔이 하늘에 닿은 것 같다”며 그들의 넋부터 기렸다.

1948년 제주 4·3 항쟁의 비극을 담은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이 세계 최고 권위의 독립영화 축제인 ‘29회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제 쪽은 26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지슬>을 이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댄스영화제는 미국의 다큐멘터리·극영화, 외국(월드시네마)의 다큐멘터리·극영화 등 4개 부문의 최고 작품에 심사위원대상을 준다.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송환>이 2004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특별상인 ‘표현의 자유상’을 받았을 뿐, 한국영화가 이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오 감독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26일 먼저 귀국하느라 도쿄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동안 수상 결과를 전하는 영화제 쪽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영화계는 2011년 세계 최고 권위 다큐영화제인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달팽이의 별>(감독 이승준)이 장편 부문 대상을 받고, 지난해 세계 3대 영화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피에타>(감독 김기덕)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또 하나의 큰 성과를 냈다. 영화계는 “극장에서 상영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한국 독립영화의 쾌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슬>은 ‘4·3 항쟁’이 일어난 1948년 겨울, ‘해안선 5㎞ 밖의 주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모두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이 떨어진 뒤, 제주 서귀포 ‘큰넓궤 동굴’에 숨은 주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억5000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흑백영화 <지슬>은 제례 형식을 따라가며 당시 숨진 수만명의 원혼들을 위로한다. 장면 하나하나에 슬픔이 느껴지는 이 영화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돋보이며, 긴박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 속 주민들의 어설픈 행동들이 이후 이들에게 닥친 비극을 더 아프게 만든다. <지슬>은 영화에서 생존의 희망을 상징하는 ‘감자’의 제주도 말이다.

제주 출신인 오 감독은 “‘4·3’은 냉전 시대에 미군정이 가담한 민간인 학살이라는 세계사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미국에서 상영되고, 그쪽 예술인들한테서 이 작품이 인정받았다는 것이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선댄스영화제에서 50대로 보이는 미국 여성관객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영화 형식과 언어가 나라마다 달라도,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슬>은 3월1일 제주에서 먼저 개봉한 뒤, 같은 달 21일 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상영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자파리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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