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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임순례답지 않은 영화? “상업코드 선택한 이상 따라가야죠”

등록 2013-02-03 20:27수정 2013-02-03 21:52

임순례(53) 감독
임순례(53) 감독
‘남쪽으로 튀어’ 임순례 감독
<남쪽으로 튀어>(6일 개봉)는 임순례(53) 감독의 영화들 가운데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을 법한 영화다. 괴팍하지만 사랑스러운 아나키스트 ‘최해갑’(김윤석)이라는 인물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빚어내는 웃음이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간다.

하지만 최해갑을 중심에 둔 한여름밤의 꿈 같은 코미디인 <남쪽으로 튀어>는 철저하게 현실에 발디딘 채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얼굴을 보여주던 임 감독의 전작들을 기억한다면 의외의 작품일 수도 있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그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극중 비중과 상관없이 각자의 생활과 생명력을 지닌 존재들이었는데, 이번엔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이 다소 작위적인 웃음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는 이에 따라 <남쪽으로 튀어>는 ‘임순례스럽지 않은’ 영화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 역시 “저의 종전 작품들을 본 관객들은 아쉬워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과거 유명한 학생운동가였으며 지금도 아나키스트임을 자부하는 최해갑으로 꽉 채워진다. 최해갑은 가족들과 함께 서울을 떠나 정착한 남쪽 섬이 정치인과 지역 유지들의 탐욕에 의해 마구잡이로 개발될 위기에 처하자 투사의 면모를 보이며 앞장서서 공사를 저지한다.

“어차피 최해갑 캐릭터가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영화예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최해갑이 언제 나올까이고, 그의 동선이 궁금하게끔 흘러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본디 제 스타일대로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비중을 나눠줬겠지만요. 기존 질서나 관습에 한번쯤 저항을 해 보자는 주제를 풀기가 쉬운 게 아닌데 무겁게 다가가기가 부담스런 측면도 있었고요. 상업영화의 테두리에서 풀려면 코미디 속에서, 캐릭터의 힘으로 갈 수밖에 없단 결론이 있었죠. 주변 인물들을 배려해 비중을 조금 나누었더니 지루하단 의견이 있어서 취사선택해야 했고요.”

항상 어렵고 고민되는 건 대중성
전작과 달라 아쉬운 부분 있을것

무겁게 다가가기 부담스런 영화
코미디 속으로 갈 수밖에 없어

김윤석씨와 갈등 솔직히 있었죠
그래도 그는 배우로서 귀한 사람

단편 <우중산책>(1994), 장편 <세 친구>(1996),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등 그의 영화들은 평단의 극찬을 들었지만, 수백만명이 보는 흥행 영화는 아니었다. 2008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400만 관객을 모으기도 했지만, 대중과의 소통은 임 감독에겐 “항상 어렵다”고 한다. ‘대중성’을 얻으려면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배우 캐스팅이나 상업적인 코드도 그렇고요. 상업 코드를 선택한 이상, 그 테두리를 지켜야 하는 거고요.”

이 영화에서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유머라는 코드를 택했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삶의 방식과 가치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않고 힘들다고만 하는 것에 대해 질문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남들이 자식을 학원에 보내면 보내고, 차를 사면 사죠. 300만원을 벌어서 200만원은 과외비로 쓰는데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지는 것 같지도 않아요. 노후에 대해서도 불안을 느끼고요. 늘 불행하다 느끼지만 그 근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죠.”

다양한 갈래로 현실에 안주하게 된 이른바 ‘386세대’들은 영화 속 최해갑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기들이 혐오했던 정치가의 모습을 닮아가는 그룹도 있고, 치맛바람 엄마들도 이 세대잖아요. 한편으론 정부에 대해 가장 뜨겁게 반대하거나 시민의식이 투철한 사람들도 있는 거고요. 사회의 문젯거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세대인 것 같아요.”

임 감독은 지난해 영화 촬영 도중 주연배우와 갈등을 빚고 ‘연출권을 침해당했다’며 현장을 떠났다가 복귀하기도 했다. 그는 “떠나는 덴 복잡한 상황이 있었지만, 감독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영화와 관계되어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의 책임은 감독한테 있다고 봐도 무방할 거예요. 원인이 어찌 됐든, 트러블을 컨트롤하지 못한 것은 감독이 책임이 있는 거고요. 다른 감독이 대신 영화를 완성할 수도 있었겠지만, 촬영이 거의 대부분 끝난 상태였고 촬영지인 섬에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배우 김윤석에 대한 그의 말에도 감독으로서 ‘책임감’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 영화배우로서 귀한 사람이에요. 관객들은 (김윤석을) 스크린에서 보이는 모습만 기억하고 보호해줬으면 좋겠어요. 좋은 배우가 많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고, 관객의 사랑을 받는 배우들은 한국 영화의 자산이잖아요.”

당시 겪었을 속앓이만큼이나, 그 일이 세상에 알려진 상황에서 개봉을 앞두고 느끼는 부담도 크지 않았을까? “없다고 하면 거짓이죠. 다만 저희 영화인들이 내부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인 거고, 관객들은 스크린 앞을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영화란 것이 완성품으로 스크린에 담겼을 때, 그 이전 과정에선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생명력을 뿜어낸다고 생각해요.”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관련영상] 김윤석"최해갑식 교육법 카타르시스 느껴"(CD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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