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7번방의 선물> <베를린> <남쪽으로 튀어> <다이하드: 굿데이 투 다이>.
설 특집|볼만한 영화
신파영화 논란 딛고 ‘7번방’ 흥행
‘베를린’은 화끈한 액션 볼거리
‘남쪽’ 주인공 인간미 유쾌·통쾌
6년만에 돌아온 58살 ‘다이하드’
재미·교훈 아우른 애니메이션도 “기자분들이 제게 <남쪽으로 튀어>를 잘 봤다고 말해주는데, 영화 <베를린>보다 잘 봤다는 건지, <베를린>만큼 잘 봤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회색도시가 배경이라 우울한 <베를린>보다 (한국 남쪽 섬에서 찍은) <남쪽으로 튀어>가 더 따뜻합니다.” 배우 김윤석은 지난달 23일 <남쪽으로 튀어>(6일 개봉) 시사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농담을 건넸다. <남쪽으로 튀어>보다 1주일 앞서 개봉해 설 연휴에 맞붙게 될 하정우 주연의 <베를린>의 흥행세가 내심 신경 쓰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영화 <남쪽으로 튀어>와 <베를린> 모두 뜻밖의 복병에 맞닥뜨렸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뒤 단숨에 5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은 류승룡 주연의 <7번방의 선물>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액션영화 <다이하드: 굿데이 투 다이>가 가세했다. ■ ‘바보 아빠’ 류승룡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이 처음 공개됐을 때, 평단에선 지금처럼 흥행할 것이라고 점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지적 장애 아빠(류승룡)에게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 사형을 선고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어떻게든 끌고가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는 신파적인 영화”란 평가도 많았다. ‘착한 메시지’의 영화인 듯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약자를 최대한 궁지로 몰고가는 허구의 내용을 만들어 관객의 눈물을 이끌어내려는 상업성 때문에 오히려 ‘나쁜 영화’라는 평단의 비판도 있었다. 류승룡의 연기가 진짜 지적 장애를 지닌 아빠로 보이기보다,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의 ‘바보 캐릭터’처럼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이 거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강점으로 변했다. 지능은 6살 수준이지만 어린 딸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깊고 높은 바보 아빠 ‘용구’의 헌신적인 마음과 그런 아빠를 잃을까봐 걱정하는 딸의 모습이 관객을 울린다. 두 모녀가 영화에서 흥겹게 흥얼거리는 만화 주제가 ‘세일러 문’의 노래마저 슬프게 들렸다는 관객도 있다. 바보 아빠의 코믹한 대사들과, 교도소 수감자로 나오는 오달수·김정태·정만식 등 조연들이 빚어내는 탄탄한 연기 앙상블이 웃음을 자아낸다.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권력에 맞서, ‘용구’의 무죄를 밝혀내려는 이 수감자들의 모습도 훈훈함을 전한다. ■ ‘냉철한 첩보원’ 하정우 씨제이(CJ)가 투자·배급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를린>은 상영관이 800~900개관에 이른다. 2년 전, 청룡영화제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한다”고 밝혔던 류 감독의 영화에 역설적으로 스크린이 쏠리는 과점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론 순제작비만 100억원이 조금 넘는 이 대작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정우와 한석규, 류승범과 전지현 등 스타배우가 한꺼번에 출연하는 이 영화는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여 남북한 첩보원들의 추격전·음모·배신·갈등을 다룬다. 긴박감 넘치는 극의 흐름과, 몸과 몸이 부딪히는 화끈한 액션이 볼거리다. 무표정한 얼굴에 단단한 눈빛을 담고 있는 북한 첩보원으로서, 아내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하정우의 연기가 극의 안정감을 떠받친다. 하정우는 차에 매달린 채 연기하는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전·주먹 액션을 선보인다. 남한 정보원 한석규와 북한 첩보원 하정우 사이의 이야기가 세밀하지 못하다는 평도 있다.
■ ‘아나키스트’ 김윤석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례)에서 김윤석이 맡은 ‘최해갑’이란 캐릭터가 독특하다. 과거 전설적인 학생운동 투사였다가 백수에 가까운 영화감독으로 변한 최해갑은 세금·국민연금 납부를 거부하고, 제도권 공교육을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그는 아예 가족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남쪽 외딴섬으로 들어가, 이곳을 개발해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인·자본가들과 맞서 싸운다. 정의감과 인간미를 갖춘 최해갑의 캐릭터가 유쾌함을 주며, 남쪽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의 풍경도 아름답다. 영화보다 더 급진적인 인물이 나오는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에, 어떤 관객들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최해갑의 대처방식이 통쾌하면서도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 돌아온 ‘액션 히어로’ 브루스 윌리스 <다이하드> 1편이 나온 게 1988년이다. 이 영화에 열광했던 세대라면, 다시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아 6일 개봉한 시리즈 5편인 <다이하드: 굿데이 투 다이>가 반가울 것이다. 그는 <다이하드 4.0>(2007)에 이어 6년 만에 시리즈에 복귀했다. 뉴욕 경찰 ‘존 매클레인’이 미국 정보요원이 된 아들과 함께 러시아에서 테러 범죄자들과 싸우며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96분짜리 액션영화다. 82일간 12개 도로에서 촬영했다는 자동차 추격전, 비행기 추격전 등이 볼만하지만, 테러 세력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맥이 풀린다는 평도 있다. 브루스 윌리스가 위험천만한 자동차 추격 액션을 감당했지만, 1955년생인 그의 나이가 이제 화면에서 느껴진다.
설 연휴에 이들 4인방과 맞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도 많다. 썰매 챔피언이 되려고 훈련을 받아 얼음나라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의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도 어린이 관객들의 지지 속에 관객 100만명에 다가서고 있다. 2001년 상영했다가 입체영상(3D)으로 재개봉하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들도 정겹고 귀여우며, 유령을 보는 소년이 슬픈 사연을 지닌 마녀와 맞서는 <파라노만>도 재미와 교훈을 갖춰 아이들과 보기에 괜찮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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