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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터미네이터’ 눈에서 눈물 쏙 뽑았죠

등록 2013-02-14 19:59수정 2013-02-14 20:41

라스트 스탠드의 김지운 감독과 아놀드 슈워제네거. 사진 씨제이이앤앰 제공
라스트 스탠드의 김지운 감독과 아놀드 슈워제네거. 사진 씨제이이앤앰 제공
‘라스트 스탠드’ 김지운 감독
마약왕과 시골 보안관의 대결
슈퍼카 속도감·총격액션 강점
근육질 슈워제네거 ‘따뜻한’ 변신

“오락영화 쾌감주려 노력했는데
총기사건으로 북미흥행 운없어…
할리우드서 SF 등 3편 제안받아”

김지운 감독은 13일 영화 <라스트 스탠드> 시사회 때 관객들에게 “미국 영화 사랑해주세요”라고 인사했다. 자신의 할리우드 진출작임을 내비치면서도, 최근 한국 영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작품의 흥행에 대한 걱정도 살짝 드러낸 듯 보였다. 14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히려 미국 영화를 잘 봐달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한국 영화가 잘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더라”며 웃었다.

“제작비가 할리우드 중저예산급인 4000만달러(약 433억원)”라는 이 영화는 북미에서 먼저 개봉했지만 극장 매출액이 1192만달러에 그쳤다. 그는 “개봉 전 (어떤 영화인지 알려주지 않고 관객에게 보여주는) 블라인드 시사회 때 관객들의 평점이 높아 제작사도 기대가 컸는데, 최근 미국에서 총기사건이 터지면서 총기액션 영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인 것도 흥행성적에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때 개봉한 다른 총기액션 영화도 잘 안됐다. 운이 좀 안 따랐다”며 아쉬워했다.

영화는 시속 300~400㎞가 넘는 ‘슈퍼카’를 타고 미국에서 멕시코 국경을 넘어 도망가려는 ‘마약왕 탈주범’과 이를 막으려는 시골마을 보안관(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대결을 그린다. 질주하는 슈퍼카의 속도감과 총격액션이 볼만하며, 변변치 않은 무기를 가진 보안관이 어설픈 부하들을 데리고, 거대 화력을 갖춘 탈주범과 맞서는 과정에서 웃음도 자아낸다.

김 감독은 “관객에게 순수 오락영화의 쾌감을 주려 했다. (폭력성 논란을 일으킨) <악마를 보았다>(2010년) 이후 밝고 호쾌한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슈퍼카를 타고 직선도로를 질주하는 마약왕과, 느린 듯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 사이의 시간과 속도감의 대비, 하이테크(첨단기술) 세력과 시골마을의 로테크(하위기술력) 간의 대결 등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근육질 터미네이터’에 갇혀 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66)를 인간미가 묻어나는 배우로 관객 앞에 불러냈다는 점이다. 그는 “아널드는 연기력보다는 어떤 아이콘 같은 배우다. 이번에 눈물연기를 비롯해 제작사가 걱정할 정도로 연기 주문을 많이 했다. 주름의 깊이와 얼굴의 음영이 좋아 클로즈업도 많이 잡았다.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을 할리우드로 초대한 사람은 <트랜스포머 2·3편> 등을 제작한 로렌초 디보나벤투라. 김 감독은 “제작사 쪽에서 내 전작들을 봤는데, 어떻게 그렇게 적은 예산으로 이런 비주얼을 만들어냈느냐고 얘기하더라”고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난 한창 창작욕이 불타오르는데, 점심 시간 됐다고 스태프들이 다 밥 먹으러 가거나, 난 현장에서 카메라 앵글, 배우, 공간을 보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영화에 담는 편인데 사전에 합의된 것만 찍으려 드는 할리우드 시스템이 처음에 잘 적응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이 촬영 완성도에 아쉬움이 있어도, 정해진 촬영회차 안에 서둘러 찍는 분위기 속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김 감독을 거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널드가 ‘감독은 아티스트인데 고민할 시간도 줘야 한다’고 하자, 거짓말처럼 프로듀서와 조감독이 나를 덜 귀찮게 하더라”며 고마워했다.

그는 “촬영 중후반부터는 내 스타일을 넣을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고용감독이니 완전한 미국 영화 안에서 기묘한 유머를 넣으며 나의 개성을 반영하려 했다”고 말했다.

미국 관객과 평단에서 시골마을 건물 내부 계단 총격전, 노회한 시골 할머니가 갑자기 총을 쏘며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 영화 마지막 옥수수밭의 차량 추격전에 대한 반응이 좋았는데, “내가 꼭 이 장면을 넣어서 하자고 주장했던” 것들이라고 한다.

그는 이번 촬영중 슈퍼카가 폐차 수준이 됐을 때 제작사가 곧바로 똑같은 차를 제공해줄 만큼 탄탄한 제작비 규모와 “톱 클래스가 많은 배우 인프라”가 할리우드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그는 “미국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가 완성도도 높고 재미도 있다고 한다. 이제 한국과 할리우드의 차이라면 제작비 규모 정도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에스에프(SF) 누아르와 스릴러 장르 등 3편의 할리우드 영화 제안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할리우드 진출 모델을 이렇게 정의하며 웃었다. “영어를 못해도 재능과 영화연출에 대한 어떤 비전만 있으면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제가 보여준 거죠.”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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