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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디아가 내딸과 동갑…소녀 성장 흥미”
“감독님만의 독특한 연출스타일 인상적”

등록 2013-02-24 20:28

박찬욱(50·오른쪽) 감독과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24·왼쪽).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박찬욱(50·오른쪽) 감독과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24·왼쪽).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스토커’ 박찬욱 감독·주연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
<스토커>(28일 개봉)는 어쩌면 올해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려온 기대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바로, 박찬욱(50)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기 때문이다. 팀 버튼, 거스 밴 샌트 등과 함께 작업했던 미국 할리우드의 샛별 미아 바시코프스카와 니콜 키드먼, 매슈 구드 등 출연진도 쟁쟁하다. 제작·편집이 끝났다는 소식 뒤에도 일곱 달의 기다림을 거쳐 지난달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박 감독의 말로는 당시 반응이 “완전히 열광적이었고, 최상이었다”고 한다. <스토커>의 박찬욱 감독과 주인공 ‘인디아’를 연기한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24)를 22일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각각 만났다.

박찬욱표 ‘소녀의 성장담’

박 감독은 <스토커>에 대해 “각본에 여백이 많았다”는 말을 그동안 여러 번 했다. 이날도 한 번 더 “여백”을 강조했다. “내가 만드느냐, 류승완이 만드느냐, 데이비드 핀처가 만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될 것 같았어요. 감독이 자기 숨결을 불어넣을 공간이 넓은 영화 같았어요. (극중 18살인) 인디아가 내 딸과 동갑이란 것도 좋았고요.”

빈 공간에 화려한 색감과 함께 그가 채워넣은 이야기는 ‘소녀의 성장담’이다. “성장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원래 각본보다 좀더 동화 같고 꿈 같은 것. ‘동화 또는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고 나서 그날 밤에 꾸는 악몽’이라고 규정하고 싶었어요.”

그 성장담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시대나 지역성은 특정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한 말이, ‘영화에서 휴대전화가 등장하기 전까진 시대를 모르게 하겠다. 고등학교가 나오기 전까진 미국인지 영국인지 모르게 하겠다’ 였어요.”

박찬욱

아름다운 동화를 보고
그날밤에 꾸는 악몽이랄까
반항심 아름답게 표현하려 노력

그는 딸을 둔 아빠이기에 소녀의 성장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딸은 독립된 딸이지만, 내 아내의 볼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이기도 하죠. 저는 다 큰 여자(아내)를 만났으니까, 그녀가 사춘기 땐 어땠을까 하는 걸 딸을 통해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고요.”

박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스토커>의 폭력 표현 수위는 낮은 편이다. 물론 피는 나오지만, 전반적인 화면의 정서가 폭력적이라기보단 부서질 듯 예민하고 아름답다. “소녀의 마음을, 성장을 다루는 영화가 너무 난폭해선 곤란하겠고, 안 어울릴 것 같았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소녀들이 반항기에 어른들을 볼 땐 역겹고 세속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는 아름답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싶은데 말이죠. 그런 반항심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너무 역겹거나 엽기적인 걸 피한 거죠. 그 나이대 소녀라면 폭력 행위나 악을 묘사하는 데서도 좀 아름답게 하려고 하지 않을까. 인디아 같은 사람이 보기 싫은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어요.”

박 감독은 할리우드에 머무는 동안 외로움을 견디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한다. “젊은 땐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외국에서 한국 식당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평양냉면은 엘에이에서도 제대로 된 맛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할 다른 한국 감독들에게 “가족과 함께 가라”는 말도 했다.

성장중인 소녀, 배우, 바시코프스카

박찬욱 감독의 ‘소녀 성장담’은 미아 바시코프스카를 통해 인상적으로 완성됐다. 바시코프스카는 <스토커>를 “한 소녀가 여자로 바뀌는 성장기”라고 소개했다. “인디아라는 인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어른이 되는 이야기예요. 가족으로부터의 해방도 그렇고, 많은 첫 경험을 하는데 성적으로도 그렇고요.”

미아 바시코프스카

제인에어·이상한 나라 앨리스…
언제나 ‘성장중인 소녀’ 역
“10대 돌아보면 인디아와 비슷”

한국에 소개된 그의 출연작들을 되짚어 보면 바시코프스카는 언제나 소녀였거나 그 언저리에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나 <레스트리스>의 ‘애나벨’은 어딘지 결핍된 여자아이였고, <제인 에어>의 ‘제인’ 역시 소녀와 어른의 경계에 선 18살에서 출발한다.

“제인 에어와 인디아는 영화 시작할 때의 나이가 18살로 같아요. 하지만 매우 다른 결론을 맺게 되죠. 같은 나이대의 성장기를 겪으면서, 다른 세계를 사는 두 인물이에요. 성장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 모험을 한다는 면에선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이 맡았던 ‘성장중인 소녀’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10대 시절이 닮았다고도 말했다. “16살 때부터 영화 일을 시작해 바쁜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영화 촬영을 위해 여러 곳을 여행하며 주변 환경 변화도 자주 겪어야 했고요. 일을 하면서 혼자 다녀야 했다는 점에서 제인 에어나 인디아와 비슷한 면도 있지 않나 싶어요.”

박 감독에 대해선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가들을 보면 ‘그 사람 것이다’ 하고 스타일을 알 수 있듯이 박 감독도 그만의 연출 스타일도 있고. 특히 여성 인물 캐릭터들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면 고향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어릴 적부터 연기를 시작하여 어느덧 15년차 ‘중견’ 배우이다. 곧 단편영화로 감독 데뷔도 앞두고 있다. 그는 자신의 단편영화를 두고 “실험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소녀와 여인의 경계점 ‘18살 생일’
스토커 가문엔 ‘잔혹한 성장통’이…

‘스토커’는?

<스토커>는 ‘스토커’(Stoker) 집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남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스토커’(Stalker)와는 다른 단어다. ‘인디아’(미아 바시코프스카)의 18번째 생일날, 아빠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뜬다. 아빠의 장례식장에 삼촌 ‘찰리’(매슈 구드)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나타난다. 찰리는 엄마 ‘에블린’(니콜 키드먼)의 호감을 사지만 인디아는 찰리를 경계의 눈으로 바라본다. 찰리가 나타난 뒤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찰리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성장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남자 감독이 들여다본 소녀의 성장담으로 읽힌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줄거리지만, 매혹적인 이미지와 함께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인디아의 순백색 원피스에 묻는 지저분한 흙이나 석고처럼 창백한 손에 묻히는 새빨간 피 같은 극명한 색채 대비는 아이에서 어른이라는 다른 세계로 건너가기 위한 잔혹한 성장통에 대한 상징으로 보인다. 이 예민한 소녀처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특정한 시기를 통과하는 일은 한층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사춘기 소녀 특유의 예민함을 타자의 입장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그 예민함을 더 인상 깊게 관찰했을 남자 감독이기에 가능한 ‘시선’이었을 수도 있다.

소녀는 성장한다. 그러려면 악해져야 한다. 선악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던 소녀는 결국 선택에 나선다. 이는 감독의 말처럼 “세상에 편입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악해지는 과정”일 수도 있고, 영화 속 아빠의 말처럼 “더 나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다른 나쁜 행동을 하게 되는” 차선으로서의 위악일 수도 있다.

<스토커>는 박 감독의 전작 <박쥐> 같은 뱀파이어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박 감독은 “뱀파이어 장르와 연결시킬 때 각본가는 특권층의 어두운 재산 축적의 역사 같은 계급적인 문제를 언급하고 싶어했지만 나는 다르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인디아와 찰리가 보통 인간과는 다른 종족일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 영화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성의 주파수가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누군가가 세상과 만날 때 일어나는 불협화음에 대한 진술이다.

박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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