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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신파극 넘은 ‘공감의 힘’…7번방의 선물, 기적 일궜다

등록 2013-02-24 20:45수정 2013-02-25 10:55

한국사회 웃기고 울린 휴먼코미디
“지적장애 아빠와 딸의 사랑에 뭉클”
“현실처럼 약자가 억울한 상황 몰려”
남녀노소 공감대 끌어내 흥행몰이
제작비의 13배 매출 올려 최고 수익
애초 영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적장애 아빠(류승룡)에게 살인죄를 덮어씌운 뒤 어떻게 하면 슬픔과 억울함을 극대화해 주인공을 죽일까 골몰하는 영화’란 평들이 나왔다. 신파적인 설정들과, 항거불능에 가까운 장애를 지닌 주인공을 극단적으로 괴롭히는 방식을 통해 눈물을 빼내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 170만명만 모아도 제작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이 영화는 개봉한 지 32일 만인 23일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사상 8번째 ‘1000만 영화’가 됐다. 홍보마케팅비를 합쳐도 총제작비가 58억원(순제작비 35억원)인 이 영화의 극장매출액이 720억원을 넘었다. 제작비 대비 약 13배의 매출이다. 역대 1000만 영화 중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려 ‘7번방의 기적’을 만들었다. 휴먼코미디 영화가 1000만명을 넘긴 것도 처음이다.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아닌 극장을 소유하지 않은 중소 투자배급사 ‘뉴’(NEW)가 영화의 힘으로 대기록을 작성했다는 의미도 있다. 박준경 ‘뉴’ 마케팅팀장은 “관객 수는 제작비 규모가 아니라 관객과의 공감을 얼마큼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짚었다.

24일 오후 서울 시내 극장인 메가박스 센트럴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층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였다. 학교 친구들과 왔다는 중학생 이소연양은 “웃을 만하면 울리고, 울 만하면 웃기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먼저 본 딸과 같이 온 김영애(62)씨는 “나도 자식이 있다보니, 자식을 아끼는 아빠와 지적장애 아빠를 사랑하는 딸 사이의 가족애가 뭉클했다. 요즘 사는 게 다들 쉽지 않은데 자식들 앞에서 울기도 뭐하고…. 영화 보고 울면서 답답함도 좀 풀었다”며 웃었다. 직장인 최철구(43)씨는 “영화가 억지스러운 것도 있지만 우리 현실처럼 힘있는 자들에 의해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상황에 몰리는 게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선 류승룡·오달수 등 배우들의 연기호흡이 좋았던 이 영화가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흔드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고, 부당 권력에 희생된 약자를 위해 연대하는 내용에서 관객들이 따뜻한 위로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힐링영화’로 주목받은 외화 <레 미제라블>(572만명)이 수도권 관객이 많았던 데 비해 <7번방의 선물>이 전국 관객들의 고른 지지를 얻은 것은 모든 연령층이 편히 볼 수 있는 가족영화라는 강점 때문으로 보인다.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시민들이 뭔가에 짓눌려 있고, 그걸 풀고 싶다는 정서가 있다. 뭔가 해소하고 싶은 사회적 욕구와 이 영화가 맞물린 것 같다. 이것이 정당한 힐링인지는 모르겠지만, 울면서 속을 조금이라도 풀고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사람들이 <7번방의 선물>에 환호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을 영화 속에서 위로받기 때문이다. 극중 사형수 용구(류승룡)의 딸 예승이가 법조인이 되어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내가 지금 힘들어도 우리 자식은 잘됐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 하나로 산다. 영화가 그런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관람이 일상화되고, 40~50대 연령층 관객 수가 증가하는 현상도 최근 한국영화 흥행의 큰 요인이라는 얘기도 많다. 주 5일제가 정착된 이후 가족영화의 주말 관객 수도 크게 늘었다. 한국영화계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간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등 세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장은 “영화 관람이 특별한 날의 나들이가 아니라 비교적 싼 가격으로 집 근처에서 편하게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7번방의 선물>이 <도둑들>(1298만명·영진위 집계기준)이 가진 한국영화 관객 신기록을 넘어설지도 관심사다. 박준경 ‘뉴’ 팀장은 “관객 1000만명을 넘기고도 극장 좌석점유율이나 관객들의 추천·호응이 꺾이지 않아 3월까지 장기흥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7번방의 선물> 주연배우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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