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누군가의 좋은 선생님·멘토…그런 인물상 보여주고 싶었다”

등록 2013-03-03 20:11

영화<파파로티> 케이엠컬쳐 제공
영화<파파로티> 케이엠컬쳐 제공
‘파파로티’ 주연 한석규
인터뷰·방송 자제하며 대중과 거리
“승부욕 강한 외유내강 배우” 평가

영화선 ‘깡패’제자 성악가 성장 도와
익숙한 설정서 연기통해 극적 감동
“나 자신부터 감동시키기 위해 연기”

좀 뜬금없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최근 영화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중견배우는 “임성민이 살아 있다면…”이라고 불쑥 말을 꺼냈다. “간경화로 1995년에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57살이 됐을 배우 임성민은 젠틀맨이면서 카리스마가 있어, 지금 영화계 선후배들을 연결하는 중심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영화계 허리’인 한석규(49)를 비롯한 40~50대 스타배우들이 한창 바쁘게 활동해서인지, 영화인들과의 교류와 영화계 현안에 대한 발언 등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한석규는 대중과 거리를 좁히는 시도도 자제해왔다.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언론과의 인터뷰도 하지 않으며, 드라마·영화 외엔 방송 프로그램에도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떤 대중들은 영화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의 주연을 맡은 1990년대 말의 ‘이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한석규’에 대한 추억을 붙잡고 있다가, 그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에 출연하자 ‘한석규의 귀환’이라며 반겼다. 그가 2000년대에도 꾸준히 영화에 출연했지만 흥행에 부침을 겪은 이 시기를 ‘대중과의 일시적 단절 혹은 침체’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석규와 10년 넘게 알고 지낸 박무승 케이엠(KM)컬쳐 대표는 아내와 4명의 자녀를 미국에 보내고 혼자 지내는 그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석규는 술을 마시지 못해요. 대신 낚시·골프·등산을 즐기죠. 연기자로선 참 노력하는 배우입니다. 책도 엄청 읽죠. 얼마 전엔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며 이런 얘기를 영화로 제작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개봉하는 영화도 극장에서 거의 다 봅니다.”

14일 개봉하는 <파파로티> 연출자인 윤종찬 감독은 주연배우 한석규를 “사람 좋고 예의 바르지만, 연기에 대한 승부욕과 집착이 매우 강한 외유내강 배우”라고 일컬었다. 그는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예로 들었다. “한석규씨가 극중 ‘제자’(이제훈)를 콩쿠르 무대에 서게 해달라며 심사위원들에게 사정하는 장면을 잘 찍었는데, 점심식사 후 자신이 좀더 많이 움직이는 동선으로 다시 찍어볼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더군요. 재촬영을 하며 연기에 몰입하다 넘어져 아랫니까지 부러졌는데, 치과에 다녀온 뒤 이 장면을 바로 또 찍고 탈진상태가 되더군요.” 이 장면은 영화 속 제자와 극장 관객의 마음을 동시에 흔드는 뭉클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파파로티>는 한석규가 ‘참 좋은 배우’란 사실을 새삼 각인시켜주며, 대중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던 그를 다시금 인간미가 풍기는 배우로 느껴지게 만드는 영화가 될 것 같다.

<파파로티>는 이탈리아 오페라단 성악가였다가 병으로 꿈을 접은 뒤 귀국해서 시골 음악교사로 지내는 ‘상진’(한석규)이 폭력 조직원이지만 성악에 재능을 지닌 제자 ‘장호’(이제훈)를 성악가로 성장시키는 이야기다. 사극 <뿌리 깊은 나무>에서 “우라질”을 내뱉던 그는 이 영화에서 ‘신경질적이고, 깐죽대기까지 하는 선생님’을 그려낸다. 노래를 가르쳐달라는 ‘장호’에게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 좋은 말 할 때 때려치우라”고 말하며 무시하고, 중국요리집 쿠폰으로 짜장면을 학교로 시켜 먹거나, 어린 아들보다 달걀말이를 더 먹겠다며 투정도 부린다. 하지만 그는 “넌 할 수 있어”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라며 어긋나려는 제자를 품 안으로 끌어당긴다. 익히 봤던 설정들이 나오긴 하지만, 한석규·이제훈의 연기호흡이 이런 장면들을 극 속에서 설득시킨다. 오달수를 비롯해 학교 선생님으로 나오는 조연들의 코믹 양념도 더해져 영화는 경쾌함과 따뜻함을 적절히 오간다. 잊어버리려 했던 꿈을 제자한테서 본 상진이 땀을 흘리며 피아노를 연주하고, 외롭게 살아온 장호가 울분을 토하듯 노래하는 한 장면은, 눈만으로 감정을 교감하는 한석규와 이제훈을 통해 극적인 감동을 전한다.

지난달 27일 시사회 직후 기자들과 잠시 만난 한석규는 “누군가의 좋은 선생님, 좋은 멘토, 그런 인물상을 ‘상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아픈 과거가 있는데 그걸 극복하고 자기의 꿈을 이룬다는 주제가 좋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란 꿈과 희망에 대해 관객들이 한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석규는 최근 그의 연기에서 다시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는 반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엔 관객에게 나를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한 것 같고, ‘폭 넓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욕심도 많았죠. 직업란에 우쭐해서 ‘영화배우’라고 쓰기도 했지만, 이젠 그냥 배우라고 씁니다. 먼저 나 자신이 감동을 느끼기 위해 연기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정신적 성숙과 신체적 나이가 일치한 시점이 45살이 지나면서 아닌가 싶습니다.”

“음악이 있는 영화라는 게 강점”이란 한석규의 말처럼, 관객은 여러 클래식 음악도 들을 수 있다. 한석규는 영화에서 가수 해바라기의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을 직접 부르는데, 이 노래가 주는 뜻밖의 감흥이 이 영화의 흥행에 불을 지필지도 모른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군 출신 국정원장에 새누리마저 “군사정권 부활”
“수갑이 안 풀려서”…경찰, 119에 절단요청 소동
“우리엄마 왜 무시해”…‘욱’ 못 참고 친척에 흉기 난동
공기총 쏘며 시민 위협 미군 경찰 실탄 맞고 부상
대한문 앞 농성촌 화재…방화 가능성 수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