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삼겹살처럼…
값싸게 즐길 오락문화 정착
스크린수 1년새 107개 늘어 삼삼오오 모여…
문화욕구 강한 중년층 늘고
주5일제로 주말 가족관객↑ 1년에 3번 이상…
1인당 관람횟수 3차례 이상
비수기 없이 연중 ‘문전성시’ 왜 이렇게 ‘1000만 관객 한국영화’가 자주 나올까? 국내 영화계는 최근 8개월 사이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등 세 편의 1000만 관객 영화를 배출했다. 영화인들은 “삶이 팍팍하고 뭔가 억눌린 사회 분위기에서 유머와 따뜻함을 지닌 영화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 영화’가 많이 나오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진 결과라고 짚는다. 여기에 극장 수가 증가하면서, 영화 관람이 가까운 극장에서 싼 가격으로 즐기는 확실한 오락문화로 거의 전 연령층에 걸쳐 자리매김한 것도 주요인으로 꼽는다. 한 편의 영화가 꼭 사회·문화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지 않아도, 1000만 관객 영화가 종종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크린수·중년층 관객 증가 2006년 이후 계속 줄던 전국 극장수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11년 292개에서 314개로 늘었다. 극장이 보유한 전국 스크린수는 2081개로 1년 새 107개나 많아졌다. 강우석 감독은 “이제 영화관람은 슬리퍼를 신고 집과 가까운 멀티플렉스로 가서 즐기는 오락거리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영화가 주는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2012년 한국·외국영화를 본 총 관객이 2011년보다 21.9% 증가한 1억9489만명이나 됐다. 티켓예매업체 맥스무비가 조사한 2012년 예매관객 비율에서, 40대(25.8%)가 20대(20.1%)를 앞지를 만큼 문화소비 욕구가 강한 40대 이상 중년층 관객이 늘어난 것도 1000만 관객 영화 양산의 밑돌이 되고 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유정훈 대표는 “과거엔 어떤 흥행영화에 20·30대 관객층이 먼저 본 뒤, 40·50대 이상 관객이 서서히 극장으로 나오는 패턴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연령층이 동시다발로 나와 관람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주말 관객 폭증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영화가 가족나들이로 좋은 문화소비재가 되면서 주말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개봉 이후 단기간에 1000만 영화로 등극하는 저력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멀티플렉스들이 ‘소문난 영화’ 한편에 3~5개 스크린을 몰아주는 상황까지 더해져, 개봉 첫 주 주말 이틀에만 <도둑들>은 151만명, <7번방의 선물>은 107만명을 모았다. 특히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여러 연령층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일 경우, 전국 관객의 고른 지지를 얻는다고 한다. 지난해 전체 한국영화의 서울 관객 점유율은 29%였지만, <7번방의 선물>은 서울 관객점유율이 23.7%에 그치고 수도권·지방관객(66.3%)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 비수기가 없다 영화계에선 관객들이 1년 내내 영화를 보고 있어, “관객이 급감하는 비수기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건축학개론>이 영화 춘궁기라는 3~4월에 411만명을 모았고, <광해>(1231만명)는 성수기인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인 9월에 개봉해 10월까지 흥행했으며, <늑대소년>도 전통적 비수기인 11월에 706만명을 모았다. 1200만 돌파를 앞둔 <7번방의 선물>도 1월 말 개봉해 3월까지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이 덕분에 올 2월 한국영화 점유율이 82.9%까지 치솟았다. ■ 할리우드 영화 부진도 한몫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장은 “자국 문화·영화 수준이 높아지면,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은 외국 블록버스터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와 정서를 담은 영화를 찾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지난해 관객 400만명 이상 모은 한국영화는 9편이었지만, 미국 할리우드 영화는 <어벤져스> 등 3편뿐이었다. 한국에서 자국영화 비중이 높아지자, 할리우드 스튜디오 ‘20세기폭스’가 아예 한국영화 <런닝맨>(4월 개봉)의 메인 투자사로 참여해 제작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 1500만 영화 나올까? 영진위에선 한국처럼 1인당 연 관람횟수가 3회 이상이고, 인구 규모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 프랑스(인구 약 6500만명)를 주목한다. 김보연 센터장은 “프랑스영화 <언터처블>이 자국에서 2000만명 넘게 모았듯, 우리도 관객 1500만명 이상 흥행하는 영화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영화계는 올 여름방학에 개봉할 <설국열차>(감독 봉준호),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 같은 대작이 얼마나 흥행할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영화 흥행 이면에 드리워진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지난해 365편의 독립·예술영화의 총 관객수는 344만명에 머물렀다. 강우석 감독은 “‘어? 외국영화보다 별로네’란 얘기가 나오는 순간 한국영화는 다시 어려워진다. 대기업 자본과 멀티플렉스 횡포는 없는지 감시가 있어야 하며, 좋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키워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 한석규는 “투자자본에 흔들리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탄탄한 영화 제작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H6s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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