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봉 ‘장고’ 홍보차 내한
노예제 미국 남부 악랄한 농장주역
흑인 참상 보여주려 극한으로 연기
“독특한 재능갖고 다양한 시도하는
타란티노 감독, 영화계 존중해줘야”
“김치 좋아해” 한국에 애정 표현도 한국 언론과 첫 대면을 하기 직전, 그는 급히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7일 기자회견 예정시간보다 몇 분 늦게 무대에 등장했다. 일단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9·)의 지속적인 활동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이 부분부터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최근 외신에선 그가 ‘연기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환경운동에 전념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영화 3편을 찍어 당분간 쉬고 싶었던 것일뿐, 은퇴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도 환경에 더 관심이 있는 후보를 지지하고, 환경 강연도 해왔던 그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타이 수상을 만나 아프리카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하지 않게 코끼리 상아 수입의 자제를 요청했고, 타이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멸종위기 생물을 지키기 위한 환경보호기금 모집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타닉>(1997)을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된 그는 이런 사회활동에다, 거친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비롯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미소년 배우’ 같던 이미지의 틀을 깨왔다.
만약 21일 개봉하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한 정보를 읽지 않고 극장에 간다면, 디캐프리오가 선한 주인공이 아닌 극악무도한 캐릭터를 맡은 사실에 놀랄지도 모른다. 1850년대 미국 남부가 배경인 이 영화는 흑인 노예 출신 총잡이 ‘장고’(제이미 폭스)가 아내를 구하고, 백인들을 처단하는 살육전을 다룬다. 디캐프리오는 장고의 아내가 노예로 팔려간 곳의 악랄한 농장주를 연기한다. 1966년 영화 <장고>의 설정 일부를 따온 작품이다.
7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첫 한국방문 기자회견을 연 디캐프리오는 “윤리적으로 부패했고, 평등이란 미국의 건국이념과 정반대에 있는 인물을 맡았다. 잘못된 시대를 비춰주는 인물을 연기해 더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연기에 대해 망설이기도 했지만, 캐릭터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실제는 영화보다 더 참혹했다. 영화에 같이 출연한 제이미 폭스와 새뮤얼 잭슨이 흑인들의 참상을 보여주려면 내 캐릭터를 끝까지 몰아가야 한다고 응원했다”며 고마워했다.
<타이타닉> 흥행 이후 그는 <갱스 오브 뉴욕>(2003)을 기점으로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잡힐 만큼 강인한 캐릭터도 소화하며 스타 입지를 다져왔다. 10대 후반에 데뷔해 약 20년간 배우로 살아온 그는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고통은 한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으며,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걸작을 남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때론 스크린 밖에서 연애와 관련해 스캔들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그는 “영화를 찍을 땐 세상만사를 잊고 캐릭터에 몰입한다”고 했다.
그는 <갱스 오브 뉴욕>을 통해 자신의 또다른 남성성을 끄집어내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이번 영화에서 만난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를 언급하며 “두 사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다. “뉴욕에서 자라 아버지와 영화를 많이 보았고 영화사를 꿰고 있는 스코세이지와,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비(B)급 영화를 섭렵한 타란티노의 영화를 섞으면 그대로 영화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방진 루이14세 같은 농장주”를 맡은 이번 영화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귀족으로 변하는 역”을 맡은 <위대한 개츠비>(미개봉), 제작사를 직접 차려 6~7년간 작품을 기획해 최근 촬영을 마친 <룰스 오브 월스트리트>(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를 각각 소개하며, “이 영화들 모두 그 중심에 돈과 부가 있더라.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내 잠재의식에 그런 부분(돈과 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라 한국 친구도 많았고, 김치·불고기를 좋아한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천재감독’이라고 소개해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고 혁명적인 영화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한국에 대한 애정 표현보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는 그가 할리우드 오락영화와 거리가 먼 타란티노 감독에 대해 보이는 태도였다. “독특한 영화 재능을 지닌 타란티노는 서서히 팬층을 형성하는 감독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런 감독들을 존중해줘야 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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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분노의 추적자>(감독 퀜틴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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