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장룽지 감독)
리뷰 l ‘터치 오브 라이트’
앞을 볼 수 없는 피아노 전공 대학생과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무용수 지망생이 만나 친구가 된다. 인생의 새 국면을 힘껏 열고 싶은 20대 초반의 두 청춘은 장애와 가난 앞에서 위축돼 있다. 이들은 서로를 응원하지만, 각자의 결핍을 딛고 예술가로서 미래를 여는 게 이해와 공감만으로 가능해지는 건 아닐 테다. 하지만 적어도 재능을 지닌 누군가에게 때로 진심 어린 격려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제 능력을 긍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14일 개봉하는 대만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장룽지 감독)는 가능성이 있지만 꿈을 꿀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불안한 청춘을 보듬는다.
영화에서 ‘황위샹’(황위샹)의 장애와 ‘치에’(상드린 피나)의 가난은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조건이지만, 영화는 이들을 불쌍하게 바라보진 않는다. 황위샹은 낯선 길에선 남의 도움이 필요한 시각장애인이지만, 피아노 앞에선 누구보다 자유롭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대학 진학을 위해 처음 고향을 떠나온 그는 그의 장애를 불편해하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다. 그는 대부분의 음대생들이 참가하는 콩쿠르에도 나가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장애가 심사위원들의 동정을 끌어낸다는 자책감을 떨치기 어려워서다. 그러던 그는 음료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무용수 지망생 치에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다. 치에는 낭비벽이 있는 엄마 때문에 한 달 아르바이트 벌이를 고스란히 집에 갖다 바치는 처지다. 전문 무용수가 되고 싶지만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방법도, 무용단에 지원할 용기도 아직은 없다.
주인공 황위샹은 4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실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다. 영화 내용은 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 후반부 그와 친구들이 연주하는 독특한 합주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 영화는 천재 피아니스트가 등장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인 <청설>(2009)처럼 풋풋하고 따뜻한 대만 청춘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무렵 이와이 슌지, 이누도 잇신 등의 일본 영화가 섬세하게 포착해냈던 청춘의 아릿한 감성을 2000년대 말 무렵부터는 대만 영화가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터치 오브 라
이트>는 청춘영화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또 한 편의 대만 영화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메인타이틀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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