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리>
영화제 심사 다룬 김동호 감독 데뷔작
전국 12개관서 상영…관람료 5천원
“단편소설 읽는 재미 줄 수 있을 것”
전국 12개관서 상영…관람료 5천원
“단편소설 읽는 재미 줄 수 있을 것”
지금 국내 영화계에 ‘단편영화 개봉’이란 의미 있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상영시간 24분짜리 <주리>(사진)가 7일부터 전국 12개관에서 개봉했다. 극장요금은 5000원이다. 서울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인디스페이스, 씨지브이(CGV) 무비꼴라쥬(압구정·강변·대학로·상암·오리) 등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19일엔 대구 동성아트홀, 21일엔 광주극장에서 추가 상영된다. 지난해 11월 단편 애니메이션 <창>이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된 적이 있지만, 실사 단편영화가 전국에서 개봉한 건 처음이다.
김동호(76) 부산영화제 명예위원장의 감독 데뷔작 <주리>는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심사과정을 다루며, 사람 사이의 갈등과 소통의 단절, 영화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다. 배우 안성기·강수연이 심사위원 역으로 출연했고,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아시아나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뒤 반응이 좋아 개봉까지 하게 됐다.
보통 단편영화들은 연출 입문용으로 제작되거나, 영화제에서만 상영하는 데 그쳤다. <주리>의 개봉은 단편영화도 사장되지 않고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리> 개봉 첫날 ‘아트나인’에서 만난 프랑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선정위원이자 영화평론가인 샤를 테송은 “프랑스에서도 단편영화 한 편이 단독 개봉한 경우는 없었다. <주리> 개봉은 단편영화의 가치를 보여줄 중요한 기회”라고 했다. 배우 안성기는 “단편영화가 단편소설을 읽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편영화들을 장편영화 상영 사이사이에 배치하는 ‘틈새 상영’을 시도하면,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극장의 부담을 조금 덜어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리> 배급사이자, 극장 메가박스 이수·이채, 아트나인을 운영하는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의 설명이다.
“평일엔 퇴근 뒤인 저녁 8시 무렵에 영화를 많이 봅니다. 극장들이 2시간 안팎 장편영화들로 상영시간을 짜다 보면, 애매하게 저녁 7시15~20분에 끝나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 30분 미만의 잘 만든 단편영화를 넣어서 상영하면 극장도 상영시간표를 짜기에 좋고, 단편영화도 상영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영화계에선 단편영화 <주리>가 관객과 두루 만나는 가능성을 보여줄 경우, 장편영화에 매달리느라 몇년 공백이 생기는 감독들도 탄탄한 단편을 만들어 개봉하는 사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단편영화 적정 관람료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7일 아트나인에서 <주리>를 본 한 관객은 “단편영화들의 상영시간이 짧다는 아쉬움이 있으니, 장편영화 반값인 4000~4500원 정도가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관객 김서형(37)씨는 “어떤 장편영화들은 너무 길다는 생각도 있었다. 짧아도 긴 여운을 남긴 단편영화 <주리>를 본 뒤, 이 영화의 감독·배우들과 대화 시간도 가지니 5000원이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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