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조 2’ 이병헌
우선 관객들이 궁금해할 것은 이 영화에서 이병헌(43)이 차지하는 비중일 것이다. 이병헌은 자신의 얼굴을 화면 가득 보여주게 된 것을 미국 할리우드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는 변화 중의 하나로 꼽았다.
“(할리우드 첫 진출작인) <지.아이.조> 1편에선 제가 복면을 쓴 장면이 많았는데, 이번 2편에선 복면을 거의 쓰지 않고 감정을 표현했죠. 복면을 쓰고 눈과 몸짓으로 표현할 때보다 연기하기가 편했어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내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걸 보며 뿌듯했는데, 관객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네요.”
11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지.아이.조2>(28일 개봉) 홍보 기자회견을 연 이병헌은 “(2월에) 한국영화 점유율이 80%가 넘을 만큼 국내 영화 전성기인데 내가 나온 할리우드 영화도 사랑해달라”며 웃음을 지었다. 기자회견엔 연출자인 존 추 감독, 영화에서 ‘지.아이.조 군단’의 정예요원들로 나오는 드웨인 존슨, 애드리앤 팰리키, 디제이(D.J.) 코트로나도 참석했다.
영화는 핵무기를 이용해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코브라군단’에 맞선 ‘지.아이.조 군단’의 활약을 다룬다. 이병헌은 코브라군단의 음모를 돕는 ‘스톰 섀도’ 역이지만, 왜 그가 이런 고독하고 잔혹한 전사가 됐는지 비밀이 드러나면서 단순한 악역이 아님이 밝혀진다. 극을 이끄는 중심은 아니지만, 비중은 1편보다 높아졌다고 체감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스톰 섀도의 심경 변화가 극의 국면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해서다. 그는 “스톰 섀도는 오랜 기간 누명을 쓰면서 차갑고 어둡게 살았는데, 그 비밀이 밝혀지고 한이 폭발하는 장면에선 뜨거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은 “이병헌이 나온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봤다. 그는 배우로서 자기 절제를 할 줄 알며, 내면 깊은 곳에서 감정을 끌어내며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에서 이병헌의 벗은 몸과 근육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이병헌은 “미국의 에이전트가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주고 있다. (제안이 들어온) 로맨틱코미디는 배역이 가벼워 거절했고, 액션영화 시나리오는 답변을 주지 않고 읽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액션이 많아 스트레스 풀기 좋은 팝콘무비(오락영화)”란 그의 말처럼,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듯 히말라야 산맥에서 줄을 타고 펼치는 액션들이 볼거리를 준다. 영화 도입부에 ‘지.아이.조 요원’들이 북한군 초소를 공격해 탈북자를 구하는 장면이나, 북한이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류를 손에 쥐려는 조직을 격퇴하고 세계를 구한다는 미국 특수요원들의 영웅담이 익숙한 설정이라, 이야기 자체의 신선도와 흥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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