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
2주만에 독립영화 흥행기준 넘어
“뭍사람에 4·3 관심가져달란 외침”
21일 전국 개봉…공동체 상영도
“뭍사람에 4·3 관심가져달란 외침”
21일 전국 개봉…공동체 상영도
4·3항쟁에서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의 슬픔을 함께 달래줄 수 있겠느냐고 ‘뭍사람들’에게 묻는 ‘제주 주민 1만명’의 외침처럼 들린다.
4·3 비극을 다룬 영화 <지슬>이 14일 독립영화 흥행기준선인 1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2주 만에 제주 극장 2개관에서 모은 기록이다. 독립영화가 한 지역에서만 상영해 1만명을 넘긴 건 처음이다. 오멸 감독은 제주에서 흥행바람을 일으켜 4·3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높이자는 바람으로, 이 영화를 제주에서 먼저 개봉했다. <지슬>은 1948년 11월 주민들을 폭도로 몰아 사살하라는 미 군정 소개령이 떨어진 뒤 제주 큰넓궤 동굴에 숨은 주민들의 실화를 담았다.
오 감독은 14일 “1만명이 본 것은, 제주 주민들이 4·3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발언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에 가면 어르신들이 내 등을 두들기며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지슬>의 고혁진 프로듀서는 “영화를 생전 처음 보시는 것 같은 나이 드신 관객들도 많아 극장 관계자들이 놀라고 있다. 이 영화가 4·3의 슬픔을 안고 산 분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틀어 영화를 본 제주 관객 수가 전국 관객 수의 0.9%인 166만명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슬> 관객 1만명은 대단한 수치라는 평가다. 제주 전체 5개 극장의 좌석 수는 3832개뿐이다. 오주연 제주씨네아일랜드 기획이사는 “1999년 <쉬리>가 흥행할 때 제주에선 4만명 정도만 봤다. 상업영화도 이 정도인데, 독립영화 <지슬>이 1만명을 넘긴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슬>은 21일부터 전국으로 개봉이 확대된다. 최근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외국영화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데다 관객의 관심이 높아 개봉관이 조금 늘어났다고 한다. <지슬> 배급사 ‘진진’의 장선영 팀장은 “멀티플렉스 씨지브이·롯데시네마·메가박스도 스크린을 열어주기로 해서, 전국 60~80개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슬 제작사 쪽은 “배우 강수연, 이미례 감독, 서울의 한 음식점 주인 등이 <지슬>의 100석 단체티켓을 구매해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지슬> 관람 추천도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독립영화가 멀티플렉스에서 폭넓게 상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 감독은 “부산·전주·강릉 등 지역별 독립영화협회들이 해당 지역에서 상영 공간을 마련해 공동체 상영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영화 한편이 모은 전국 관객 수의 0.8~1%가 제주 관객이라고 한다. 100만명이 봤다면 1만명이 제주 관객이란 뜻이다. <지슬>의 제주 관객 1만명은 거꾸로 전국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100만명 이상 봐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수치이기도 하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자파리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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