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스프링즈>
호프 스프링즈
명문 하버드대를 다닌 학력 때문에 영리한 배우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토미 리 존스(67)는 이 영화에서 애정이 말라비틀어진 듯한 남편의 무심함과,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조언하는 부부상담 전문가에게 “날강도, 사이코”라고 화부터 내는 남자의 알량한 자존심, 여전히 꿈틀대는 자신의 성적 본능 앞에서 당황스러워하는 감정을 정확히 포착해내는 명민한 연기를 펼친다. 이런 감정들이 복잡하게 스쳐가는 그의 얼굴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8일 개봉하는 <호프 스프링즈>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연기의 온기가 느껴지는 메릴 스트립(64)과 토미 리 존스가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춘 덕에, 사랑의 열기가 식은 노부부의 관계회복이란 내용이 유쾌하면서도 사실감 있게 전달된다.
결혼 30년차 아내 ‘케이’(메릴 스트립)와 골프채널에 빠져 사는 남편 ‘아널드’(토미 리 존스)는 이제 각방을 쓴다. 모처럼 아내가 분위기 잡고 방문을 열지만, 이 무미건조한 남편은 “왜? 무슨 일 있어?”,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게…”라고 대꾸한다.
아내는 가기 싫다는 남편을 데리고 ‘호프 스프링즈’란 마을에 있는 부부상담 전문가를 찾아간다. 부부상담 전문가는 언제 잠자리를 했는지 가물가물한 두 사람의 성생활 문제까지 캐물으며, ‘진심으로 서로를 껴안아주기’에서부터 시들해진 성생활을 과감하게 시도해보라고 주문한다.
영화는 얼핏 노부부가 성생활을 통해 다시 교감을 나누는 성적 코미디물로도 보이지만, 상대의 마음과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할 때 엉클어진 사랑의 재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실 아내 ‘케이’의 바람이란 것도 복잡한 게 아니다. 그는 “내 모습 그대로 날 사랑해달라”고 얘기한다.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부부라면, “정말 안타까운 것은 당신과 같이 살아갈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란 대사에서 순간 찡한 기운이 전해질 것이다. ‘웬수 같은’ 아내·남편으로 보이다가도, ‘그래도 손잡고 같이 걸어갈 동반자가 이 사람인데’란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 이 영화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사랑의 급랭을 막고 싶은 젊은 관객들에겐 예방서 구실을 할 영화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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