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31)
‘연애의 온도’ 주연 김민희 인터뷰
이별 뒤 다시 시작한 남녀
리얼리티쇼 인터뷰 형식
소소한 감정의 정체 드러내 헤어져 후련하다 하고서
뒤돌아 엉엉 우는 모습…
즉흥적 표현 재밌었다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들이 헤어졌다. 서로 밑바닥을 보면서 완전히 끝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의 온도>(노덕 감독)는 이별 뒤 다시 시작한 연인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가 각자를 괴롭혔던 소소한 감정의 정체를 확인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사내 비밀연애를 하다 헤어진 둘의 모습에서 시작해, 두 사람이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속마음 인터뷰 형식을 접목시켜 독특하게 전개한다. 로맨스와 유머를 다루는 세련된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1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주인공 장영 역의 김민희(31)는 “연애와 이별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했다. “‘영’과 ‘동희’ 역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상처받고, 할퀴고 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했다는 확신이 있어요.” 그는 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수수하고 평범한, 치사한 행동을 해도 귀여운 느낌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영이란 캐릭터를 그려 보면서 “길거리에 피어 있는 조그만 예쁜 꽃”을 떠올렸다고 한다. “눈에 띄지 않는데 가까이서 보면 꽃이고, 꽃이니까 한 번 더 보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영은 적당히 계산적이고 때론 감정적이지만 연애에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요즘 여성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영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어요. 배우이기에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똑같아요. ‘나’로 돌아가면 평범해지고, 보통 여자들과 다른 게 없어요. 영이랑 (제가) 직업이 다를 뿐이지 똑같은 거예요. 배우란 직업엔 판타지가 있으니까, 다를 것 같단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가 공감했다는 영의 모습엔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목이 많다. 공감의 강도는 여자 관객이 더 클 것 같다. 김민희의 설명처럼, 옛 연인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에서 “혹시 부딪히면 예뻐 보이고 싶다는 여자의 심리 때문에 평소보다 화장을 많이 하게 되는” 마음이 그러하다. “순간순간 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귀여운 사람”으로 연인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극중 인터뷰 카메라 앞에선 “어차피 헤어질 거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헤어지는 게 좋죠. 오히려 후련해요” 하고 담담한 척하지만 이내 돌아서 엉엉 우는 모습도 한 번쯤은 경험했을 모습이다. 김민희는 이 보편적인 연애의 뒷모습을 편안하게 표현한다. 영은 김민희라는 배우가 좋은 연기자라는 걸 확인시킨 또 하나의 캐릭터가 될 듯하다. 이번이 데뷔작인 노덕 감독과 “짧게 학교를 다닌 것 같은 기분”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친구처럼 편했어요. 어떻게 하자는 계산이 없었던 촬영이었어요. 즉흥적으로 몸이 만들어내는 연기가 많았고, 그 상황에서 몸을 움직이는 건 배우의 몫이었어요.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그는 지난해 영화 <화차>로 ‘김민희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 자신은 배우로서 제 몫을 꾸준히 채워 왔다고 믿는다고 했다. “24살인가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할 때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 전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렸죠. 무언가를 이해하는 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겠죠. <굿바이 솔로> 때부터 제가 뭔가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욕심도 생겼고요. 그다음부턴 꾸준히 한 작품씩 했다고 생각해요. 내 작품목록이 더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어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 가는 거예요.” 그는 “배우로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으면 할 수가 없고, 또 그 작품에서 내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이 없으면 못하는 거예요. 작품 인연이라는 게 힘들거든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이 영화에서 김민희가 분한 영은 동희와의 연애에 대해 “진짜 사랑을 했고 아마 그건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가장 영화 같은 일일 거예요”라고 말한다. 극중 인터뷰 카메라 앞에서 상처가 나서 반창고를 붙인 손을 드러내면서 “동희와 헤어졌던 일이 다시 기억이 안 날지도 몰라요. 우리가 치고받고 싸우고 했던 일들이 희미해지겠죠. 바로 이 상처처럼요. 그리고 다 나으면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죠?” 하고 웃기도 한다. 그 상처가 어떤 모양으로 아물게 될지 헤아려 보는 게 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감상법이 될 수도 있다. 김민희는 “이 영화에 나만의 고민이 아니란 걸 알게 하고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고 했는데, 그걸 확인하는 건 관객 각자의 몫일 테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헤어지다: 그와 그녀의 인터뷰’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뉴시스 <한겨레 인기기사>
■ “왜 하필 마오와…” 탄식하던 김연아, 마오와의 ‘9년 악연’
■ ‘장롱에 7억’ 이상득 재산세 수백만원 체납해 집 압류
■ 신제윤 후보자 “가계빚 탕감은 한번만”
■ 야자 안하면 밥 안주는 학교
■ [화보] 역시 김연아! ‘피겨 여왕’의 아름다운 자태
리얼리티쇼 인터뷰 형식
소소한 감정의 정체 드러내 헤어져 후련하다 하고서
뒤돌아 엉엉 우는 모습…
즉흥적 표현 재밌었다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들이 헤어졌다. 서로 밑바닥을 보면서 완전히 끝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의 온도>(노덕 감독)는 이별 뒤 다시 시작한 연인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가 각자를 괴롭혔던 소소한 감정의 정체를 확인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사내 비밀연애를 하다 헤어진 둘의 모습에서 시작해, 두 사람이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속마음 인터뷰 형식을 접목시켜 독특하게 전개한다. 로맨스와 유머를 다루는 세련된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1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주인공 장영 역의 김민희(31)는 “연애와 이별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했다. “‘영’과 ‘동희’ 역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상처받고, 할퀴고 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했다는 확신이 있어요.” 그는 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수수하고 평범한, 치사한 행동을 해도 귀여운 느낌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영이란 캐릭터를 그려 보면서 “길거리에 피어 있는 조그만 예쁜 꽃”을 떠올렸다고 한다. “눈에 띄지 않는데 가까이서 보면 꽃이고, 꽃이니까 한 번 더 보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영은 적당히 계산적이고 때론 감정적이지만 연애에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요즘 여성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영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어요. 배우이기에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똑같아요. ‘나’로 돌아가면 평범해지고, 보통 여자들과 다른 게 없어요. 영이랑 (제가) 직업이 다를 뿐이지 똑같은 거예요. 배우란 직업엔 판타지가 있으니까, 다를 것 같단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가 공감했다는 영의 모습엔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목이 많다. 공감의 강도는 여자 관객이 더 클 것 같다. 김민희의 설명처럼, 옛 연인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에서 “혹시 부딪히면 예뻐 보이고 싶다는 여자의 심리 때문에 평소보다 화장을 많이 하게 되는” 마음이 그러하다. “순간순간 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귀여운 사람”으로 연인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극중 인터뷰 카메라 앞에선 “어차피 헤어질 거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헤어지는 게 좋죠. 오히려 후련해요” 하고 담담한 척하지만 이내 돌아서 엉엉 우는 모습도 한 번쯤은 경험했을 모습이다. 김민희는 이 보편적인 연애의 뒷모습을 편안하게 표현한다. 영은 김민희라는 배우가 좋은 연기자라는 걸 확인시킨 또 하나의 캐릭터가 될 듯하다. 이번이 데뷔작인 노덕 감독과 “짧게 학교를 다닌 것 같은 기분”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친구처럼 편했어요. 어떻게 하자는 계산이 없었던 촬영이었어요. 즉흥적으로 몸이 만들어내는 연기가 많았고, 그 상황에서 몸을 움직이는 건 배우의 몫이었어요.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그는 지난해 영화 <화차>로 ‘김민희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 자신은 배우로서 제 몫을 꾸준히 채워 왔다고 믿는다고 했다. “24살인가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할 때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 전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렸죠. 무언가를 이해하는 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겠죠. <굿바이 솔로> 때부터 제가 뭔가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욕심도 생겼고요. 그다음부턴 꾸준히 한 작품씩 했다고 생각해요. 내 작품목록이 더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어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 가는 거예요.” 그는 “배우로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으면 할 수가 없고, 또 그 작품에서 내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이 없으면 못하는 거예요. 작품 인연이라는 게 힘들거든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이 영화에서 김민희가 분한 영은 동희와의 연애에 대해 “진짜 사랑을 했고 아마 그건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가장 영화 같은 일일 거예요”라고 말한다. 극중 인터뷰 카메라 앞에서 상처가 나서 반창고를 붙인 손을 드러내면서 “동희와 헤어졌던 일이 다시 기억이 안 날지도 몰라요. 우리가 치고받고 싸우고 했던 일들이 희미해지겠죠. 바로 이 상처처럼요. 그리고 다 나으면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죠?” 하고 웃기도 한다. 그 상처가 어떤 모양으로 아물게 될지 헤아려 보는 게 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감상법이 될 수도 있다. 김민희는 “이 영화에 나만의 고민이 아니란 걸 알게 하고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고 했는데, 그걸 확인하는 건 관객 각자의 몫일 테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헤어지다: 그와 그녀의 인터뷰’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뉴시스 <한겨레 인기기사>
■ “왜 하필 마오와…” 탄식하던 김연아, 마오와의 ‘9년 악연’
■ ‘장롱에 7억’ 이상득 재산세 수백만원 체납해 집 압류
■ 신제윤 후보자 “가계빚 탕감은 한번만”
■ 야자 안하면 밥 안주는 학교
■ [화보] 역시 김연아! ‘피겨 여왕’의 아름다운 자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