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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어라, 내게 이런 재능이…’ 하찮은 청춘들의 희망가

등록 2013-05-12 19:57

‘인생 반전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 최고의 위스키 경매에 참여하러 가는 네 주인공.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찍힌 이들은 우연히 위스키 감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탕’의 기회를 노린다. 프리비젼 제공
‘인생 반전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 최고의 위스키 경매에 참여하러 가는 네 주인공.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찍힌 이들은 우연히 위스키 감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탕’의 기회를 노린다. 프리비젼 제공
앤젤스 셰어
영국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청년문제를 위트·유머로 담아내
꿈도, 미래도, 희망도 없는 청춘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물건은 무조건 주머니에 넣다 급기야 애완 앵무새까지 훔친 ‘모’, 싸구려 술에 만취해 기차역에서 난동을 부리다 잡힌 ‘앨버트’, 술과 약에 취해 웰링턴 공작 조각상에 올라탔다가 재판정에 선 ‘라이노’, 애아빠가 될 날이 다가왔는데 사고만 치다 결국 폭행죄로 검거된 ‘로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앤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는 절망의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대책 없이 천진난만한 이들 네명의 이야기다.

사회의 낙오자인 이들 넷은 모두의 관심 밖이다. 직업을 구하고 싶어도 사회는 이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여자친구의 친척들마저 “꺼지라”며 로비에게 몰매를 때린다. 그러나 이들에게 애정을 보여준 단 한명이 있었으니, 바로 사회봉사 교육관 ‘해리’다. 해리는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등 로비와 친구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며 멘토가 되어준다.

어느날 술을 좋아하는 해리가 이들 넷을 위스키 시음행사에 데리고 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로비는 자신에게 위스키를 감별하는 신통방통한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고, 수십억을 호가하는 위스키 경매가 곧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로비는 자신의 탁월한 후각과 미각을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인생을 반전시킬 기회를 구상한다.

<하층민들>(1991), <레이닝 스톤>(1993), <빵과 장미>(2000) 등을 통해 줄곧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대변해 온 켄 로치 감독이 이번에는 청년 문제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심각한 주제를 진지하고 냉정하게 다뤘던 전작들에 견줘 좀더 가볍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청춘들이 얼마나 하찮은 실패자들인지 묘사하는 부분은 박장대소를 자아낸다. 모나리자와 아인슈타인이 누구냐고 묻거나, 남이 토해 놓은 술을 맛나게 마시는 등 황당할 만큼 찌질한 이들의 모습을 감독은 위트와 유머로 풀어낸다.

하지만 가벼워졌다고 현실을 꿰뚫는 통찰력마저 변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청년 문제들을 반영하고 있다. 무한경쟁과 실업 문제로 고통받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기에 영화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주인공 로비 역의 폴 브래니건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감옥을 전전했던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한다. 얼굴의 흉터까지 진짜라고 하니, 영화의 캐릭터가 더할 나위 없이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제목인 <앤젤스 셰어>는 ‘천사의 몫’이라는 뜻으로, 위스키나 와인을 오크통에 보관해 숙성시킬 때 해마다 자연증발하는 2%를 가리킨다. 훌륭한 위스키를 얻기 위한 대가다. 감독은 “로비와 친구들의 반전 프로젝트가 젊은 청춘들을 거듭나게 하기 위한 작은 대가라면 그 역시 ‘앤젤스 셰어’가 아니겠냐”고,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현실에서도 2%의 ‘앤젤스 셰어’는 꼭 필요한 것 아니냐”고 관객들에게 넌지시 묻는 듯하다. 16일 개봉.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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