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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금고에 스스로 갇힌 여성 통해 자본주의 덫 묘사

등록 2013-05-27 20:17수정 2013-05-27 22:04

문병곤 단편 ‘세이프’ 황금종려상
장·단편 막론 한국감독 첫 최고상
“빠른 전개로 메시지에 힘 실어” 

스태프 10명과 함께 4일만에 찍어
제작비 800만원중 300만원 자비
인건비도 거의 못주고 촬영
전화기 너머 문병곤(30) 감독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26일 밤(현지시각) 폐막한 제6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세이프>로 단편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탄 그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축하모임 중 전화를 받은 터였다. 그는 “전혀 기대를 안 하고 있었던 탓에 턱시도도 살까 말까 하다가 샀는데 쓸모가 있게 됐다”며 연신 “얼떨떨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그의 ‘흥분’엔 충분히 이유가 있다. <세이프>의 수상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등이 완성도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칸 영화제 장편 부문 출품을 포기하면서, 국내 영화계의 관심과 주목도가 낮아진 가운데 거둔 뜻밖의 성과다. 그동안 이창동, 박찬욱 감독 등의 작품이 장편경쟁부문에서 수상을 했고 송일곤 감독의 단편 <소풍>(1999)이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지만 장·단편을 막론하고 칸 영화제 최고상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장편영화에 비해 단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현격히 낮은 국내 상황에서 만든 작품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조명받은 셈이라 의미가 있다. 문 감독은 “돈을 벌어 더 나은 환경으로 탈출하려 할수록 그 환경에 고착되는 사람들의 현실을 그렸다. 사회적인 함의를 담은 것이 다른 경쟁작들과 비교된 것 같고, 빠른 전개 방식으로 메시지에 힘을 실으려 했던 점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단편경쟁부문 최고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의 한 장면. 유투브 갈무리
칸 국제영화제에서 단편경쟁부문 최고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의 한 장면. 유투브 갈무리
<세이프>는 불법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이 도박에 중독된 사내한테 쫓기는 과정에서, 목숨을 구하려 안전한 곳(safe)을 찾아 헤매다 자신의 사무실 금고(safe) 안에 스스로를 가둔 뒤 절망하는 모습을 13분짜리 영상으로 압축해 그렸다. 지난해 5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될 당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두운 궁지에 몰리는 사람들의 현실을 극적 긴장감을 더해 날카롭게 꼬집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세이프>에 들어간 총제작비는 800만원. 그나마 신영균재단 지원비를 뺀 300만원은 문 감독 자비로 충당했다. 실제 촬영은 10여명의 스태프를 동원해 4일 만에 이뤄졌다. 영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통제도 못하고 일반인들이 지나다니는 지하 주차장에서 대부분 장면을 찍어야 했다. 문 감독은 “단편영화가 여유로운 환경에서 제작될 수는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비용과 시간의 제약으로 영화 전체 화면이 사실상 한 공간에서 구성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스태프들 인건비를 거의 주지 못한 점이 가장 걸린다. 이 영화는 자기 희생을 했던 스태프들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공을 돌렸다. 문 감독은 2011년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작품으로 만든 <불멸의 사나이>가 그해 칸 영화제 비평주간에 초청받는 등 연출한 3편 가운데 2편이 칸에 초대받았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 장편부문에서는 튀니지 출신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동성애를 소재로 두 여성이 강렬한 사랑 뒤 안타까운 이별을 맞는다는 내용을 담아 심사위원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중국 자장커 감독의 작품이 각각 심사위원상과 각본상을 받는 등 아시아권 영화의 선전도 돋보였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화보] 칸의 감동을 이 곳에서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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