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 <미생>의 한 장면. 주인공 ‘장그래’는 가수 겸 배우 임시완(왼쪽)이 맡았다. 만화 원작의 ‘오차장’과 배우 조희봉의 ‘싱크로율’(닮은꼴)이눈길을 끈다.(오른쪽) 기린제작사 제공
[문화‘랑’]영화
극장 개봉 않고 다음앱 통해 공개
콘텐츠 시장 새 가능성 열지 주목
극장 개봉 않고 다음앱 통해 공개
콘텐츠 시장 새 가능성 열지 주목
‘4억뷰의 웹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미생>이 ‘극장 상영용’ 규모의 영화를 제작한 뒤, 이를 휴대기기로만 무료 독점 공개하고 있다. 이제껏 없었던 독특한 실험으로, 고급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 뒤 수익을 내는 모델로 시장에 새 가능성을 제시할지 눈길을 끌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웹만화 <미생>은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무역회사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애환을 그려 누적 조회수가 4억뷰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미생>은 130회로 구성된 만화 원작을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형식 단편영화 6부작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가 여느 작품과 다른 것은 극장에선 일체 개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포털사이트 ‘다음’은 자사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린 휴대전화와 태블릿 피시(PC)에서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로선 피시를 통한 관람조차 제한되고, 이후에도 일반 개봉관 상영 계획이 없다. 극장 상영관 대신 휴대기기에 전용 개봉관을 차린 셈이다.
이에 따라 흥행 여부를 가리는 경쟁 상대도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상업영화를 비롯해 스포츠 경기, 웹만화 등의 콘텐츠들이다. 영화의 기획 의도에 맞춰 제작 형식도 독특하다. 소비 시간이 짧은 휴대기기를 겨냥한 만큼 영화의 러닝타임을 10분 이하로 줄인 6부짜리 단편영화 형식을 택했고, 지난 24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한편씩 공개한다. 내용 면에서 프리퀄 형식을 택한 것도 충성도 높은 독자를 보유한 웹만화와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흥행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첫편 ‘장그래 프리퀄’이 지난 24일 공개된 이후 5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 쪽에서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를 영상 서비스했을 때 수준의 조회수”라고 평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제작사인 기린제작사 쪽 설명을 들어보면, <미생>은 중소 규모 상업영화 못지않은 제작비와 홍보·마케팅 비용이 들어갔다. 여러 영화제를 통해 능력이 검증된 손태겸, 김태희 감독이 연출했고 임시완, 김보라, 조희봉 등 전문 배우들이 투입됐다. 하지만 다음이 무료 상영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로 현재로선 극장 티켓 판매와 부가판권 등 수익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 기존 상업영화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들인 뒤 특정 포털사이트의 앱에서만 무료 상영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
기린제작사 박관수 대표는 “웹만화가 온라인에 처음 등장했을 때, 콘텐츠 자체에 딸림광고 같은 요소를 배제한 ‘무료 만화’라는 개념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일반화되면서 그 자체로 수익 모델이 되고 있다”며 “모바일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확대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지만, ‘웹툰’ 방식의 외연 확대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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