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으로 한-일 관계 풀어요” 선린인터넷고 학생들
“문화의 힘으로 한-일 관계 풀어요”
한국 학생 도마와 일본 학생 다쿠야가 한장의 지도를 사이에 두고 결투를 벌인다. 사무라이 옷을 입은 다쿠야가 먼저 칼을 꺼내 휘두르며 도마를 위협한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피하던 도마가 손에 잡은 것은 바로 휴대전화. 단추를 누르자 마치 게임처럼 도마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한다. 안중근 의사에서, 윤봉길 의사로, 마지막에는 백범일지를 손에 든 김구 선생님으로…. 과연 이들이 서로 뺏으려는 지도 속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고등학생들이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한일관계를 다룬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있어 화제다. 영화제목은 <김구와 삼의사>.
서울 선린인터넷고 학생들이 주축이 된 고등학생 25명이 서울시 청소년정보문화센터의 도움을 받아 시나리오 작성, 출연, 촬영까지 직접 하고 있다.
영화 기획은 선린인터넷고 영상연출 수업시간에 우연히 찾아간 효창공원에서 시작됐다. 삼의사 묘지를 둘러보던 선생님과 학생들이 비석이 없는 무덤을 보고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 주검을 찾지 못해 가묘 상태로 있었던 안중근 의사의 묘였다. ‘역사적 문제를 시나리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 끝에 학생들 손에서 시나리오가 탄생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까지 맡은 선린인터넷고 3학년 예동희(18) 학생은 “광복 60년을 맞아 우리나라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청소년들이 어떤 방향으로 과거사를 청산하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 영화인들이 아닌 학생들이 만들어 어설프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마음속 열정을 모조리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일본대사관 앞 촬영을 마치고 서울액션스쿨의 지원을 받아 백범기념관 앞에서 와이어 액션 촬영까지 해냈으며, 한-일 학생들의 마지막 대결과 화해 부분의 촬영은 독도에서 할 예정이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스스로넷 윤정일(31) 피디는 “독도문제를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풀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민족주의에 파묻히지 않고 백범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의 힘’으로 양국 문제를 풀어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촬영이 시작된 이 영화는 오는 10월 9일 백범기념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윤씨는 “독도에 가서 촬영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원자를 찾고 있다”며 “애초 모바일용 영화로 기획했는데 통신회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영화를 시디로만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30% 정도 촬영을 마쳤지만 시나리오는 아직 미완성이다. 아직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을 화해시키는 마지막 60자 분량의 대사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제작 관계자들은 마지막 대사를 일반인에게 공모받아 확정할 예정이다. 박상철 기자 justin22@hani.co.kr
영화는 30% 정도 촬영을 마쳤지만 시나리오는 아직 미완성이다. 아직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을 화해시키는 마지막 60자 분량의 대사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제작 관계자들은 마지막 대사를 일반인에게 공모받아 확정할 예정이다. 박상철 기자 justin2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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