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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빨간 팬티 벗은 슈퍼맨의 비애…액션은 더 과감하게

등록 2013-06-11 19:52

크리스토퍼 놀런과 잭 스나이더가 뭉쳐 만든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의 기원과 그가 영웅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고뇌를 그렸다. 2시간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화끈한 액션으로 무장해 새로운 슈퍼맨으로 재탄생시켰다. 올댓시네마 제공
크리스토퍼 놀런과 잭 스나이더가 뭉쳐 만든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의 기원과 그가 영웅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고뇌를 그렸다. 2시간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화끈한 액션으로 무장해 새로운 슈퍼맨으로 재탄생시켰다. 올댓시네마 제공
‘다크나이트’ 놀런과 ‘300’ 스나이더
슈퍼맨 프리퀄 ‘맨 오브 스틸’ 제작

지구영웅 탄생의 비밀로 시선 이동
정체성 혼란겪는 인간 슈퍼맨 그려
광활한 스케일 150분 액션이 압권
13일 한국과 북미에서 동시개봉하는 영화 <맨 오브 스틸>에는 3가지가 없다. 슈퍼맨의 상징인 빨간 팬티, ‘빰빠빠 빰빠빠빠~’로 시작하는 귀에 익은 주제곡, 그리고 제목에 등장해야 할 ‘슈퍼맨’이라는 이름.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런(제작·스토리)과 <300>의 잭 스나이더(감독)가 뭉친 <맨 오브 스틸>은 그동안 슈퍼맨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모든 것을 버렸다. 슈퍼맨은 빨간 팬티 대신 색깔이 차분해진 푸른 잿빛의 의상으로 갈아입었고, 경쾌한 주제곡 대신 드럼과 페달 스틸 기타 음색이 섞인 위엄있는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슈퍼맨의 머리글자인 가슴팍의 ‘에스(S)’ 역시 ‘희망’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영웅이 돌아왔다. 새로운 전설이 시작된다’는 카피는 이 영화가 슈퍼맨의 리부트 버전(전작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것)임을 상징한다. 여기에 스나이더식의 현란한 액션과 놀런식의 입체적 캐릭터들이 빚어낸 시너지는 지금까지의 모든 슈퍼맨 영화를 단숨에 추월해버린다.

무차별 자원 개발로 멸망위기에 처한 크립톤 행성에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이 주도하는 반란이 일어난다. 최고 과학자 조엘(러셀 크로)은 갓 태어난 아들 칼엘(헨리 카빌)을 지키기 위해 그를 지구로 보낸다. 미국 스몰빌에서 클라크라는 이름으로 자란 칼엘은 남들과 다른 능력 때문에 주변사람들로부터 거부를 당하고, 아버지(케빈 코스트너)로부터 우주에서 온 자신의 비밀을 듣고 혼란에 빠진다. 은둔 생활을 하던 클라크 앞에 조드 장군의 지구 침공이 시작된다. 시점상으로 보면 클라크가 기자가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기존 슈퍼맨 시리즈의 프리퀄인 셈이다.

다소 단조로운 이야기지만 놀런은 <다크나이트> 속 배트맨이나 조커와 하비처럼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입체성을 각 캐릭터에 부여했다. 슈퍼맨은 영웅적 능력보다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세상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때가 되면 그들도 너와 함께할 것이다”라며 능력을 감추길 당부하는 아버지의 충고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당위 앞에 혼란을 느끼는 이야기가 전반부 내내 이어진다. 전작의 단순한 악당 렉스 루터 대신 등장하는 조드 장군도 마찬가지다. 그가 일으킨 반란은 크립톤을 지키려는 애국적 행동이며, 지구를 침공한 것 역시 크립톤 인종을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놀런이 캐릭터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면, 스나이더는 1억7500만달러라는 제작비를 투입한 광활한 스케일의 액션으로 2시간30분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작부터 크립톤 행성의 붕괴와 전쟁 신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무대가 우주에서 지구로 옮겨진 뒤에는 수십채의 빌딩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F-35 전투기와 C17 수송기가 공중에서 폭파되는 모습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특히 슈퍼맨과 조드 장군이 일대일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스나이더 감독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블루 스크린을 쓰는 대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빙하,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에드워즈 공군기지 등에서 직접 촬영을 했고, 4만대의 차량이 매일 오가는 고가도로를 막고 촬영하기도 했다. 또 최대한 실제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 핸드헬드 카메라를 주로 썼다.

<맨 오브 스틸> 속 영웅은 “인간의 감정과 도덕성으로 무장”하고 ‘크립톤 인종의 생존’이 아닌 ‘인류와의 공존’을 택하면서 비로소 인간들로부터 ‘슈퍼맨’이라는 애정 어린 이름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데일리 플래닛>의 기자로 거듭나며 본격적으로 인간 세상에 뛰어든다.

슈퍼맨은 1938년 디시(DC)코믹스의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했으니 올해 75살이다. 최근 1~2년 사이 만화에서 미국시민권 포기를 암시해 미국 내 논란을 부르는 등 변화를 모색해왔던 슈퍼맨이 <맨 오브 스틸>을 기점으로 또다른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1938년 잡지 첫 등장, 그땐 날지 못했다

슈퍼맨의 역사

미국 최초의 슈퍼영웅인 슈퍼맨이 대중들 앞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38년 4월18일 디시(DC)코믹스의 잡지 <액션 코믹스> 1호의 지면을 통해서였다. 또다른 영웅 배트맨이 1939년 <디텍티브 코믹스>에 연재되기 1년 전이다. 슈퍼맨의 파란 슈트와 빨간 팬티는 미국 국기의 청색과 적색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최초의 슈퍼맨은 날지 못했다. 고작해야 장거리 도약이나 가능했던 슈퍼맨은 1940년대 들어서 비행 능력을 갖게 됐다. 슈퍼맨은 탄생 2년 만인 1940년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됐고, 1941년에는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나왔다.

영화에서 슈퍼맨은 1948년 연작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초대 슈퍼맨은 커크 앨린이었다. 1966년에는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슈퍼맨의 첫 대형 극장용 장편 영화는 1978년 작인 리처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으로,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을 맡아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리브는 2, 3편에서도 주연을 맡아 ‘크리스토퍼 리브=슈퍼맨’의 공식이 성립됐다. 하지만 <슈퍼맨 IV>(1987)는 흥행에 실패했고, 이후 20년 동안 장편 영화의 맥이 끊긴다. 2006년에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2억6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야심차게 <슈퍼맨 리턴즈>를 제작했지만, 예상만큼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반면 티브이 시리즈는 <슈퍼보이즈> <로이스와 클라크> <스몰빌> 등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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