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귀여운 니콜 키드먼은 요술쟁이?-그녀는 요술쟁이
니콜 키드먼 주연의 <그녀는 요술쟁이>는 60년대 텔레비전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던 <아내는 요술쟁이>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마녀 생활에 염증을 내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이자벨이 우연히 <아내는 요술쟁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남자 주인공인 잭(윌 패럴)과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 코미디다.
<그녀는 요술쟁이>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니콜 키드먼의 연기이력을 보면 이 영화가 매우 독특한 선택임을 알 수 있다. 1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키드먼은 뇌쇄적인 관능미로, 병적인 예민함으로, 냉철하고 강인한 여성으로 관객들에게 매력을 뿌려왔지만 여배우들의 가장 손쉬운 선택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코를 씰룩이며 귀여운 인상을 짓는 니콜 키드먼의 모습은 신선한 수확이다.
이 영화의 크레딧은 할리우드 여성 드림팀의 명단을 연상시킨다. 최고 주가 배우인 니콜 키드먼을 비롯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각본),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의 노라 에프런 감독, 제작의 루시 피셔(<피터팬> <그들만의 리그>)와 페니 마샬(<빅> <그들만의 리그>)까지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여성들이 모여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명단에서 특별한 ‘여성영화’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자신을 단지 배우로 출세하기 위한 소도구로 이용하려는 잭의 진심을 알고 상심한 이자벨의 태도는 마술을 이용해 약간의 복수를 하는 것 외에는 대체로 수동적이다. 오히려 <엘프>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도 코미디 배우로의 진가를 보여준 윌 패럴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니콜 키드먼의 ‘원톱’을 강조하다보니 뒤로 가면서 윌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흐려지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제작자 앞에서 자신의 공격성을 억지로 드러내기 위해 ‘오버’하거나 이자벨의 마술에 걸려 괴상망측한 연기를 토해내는 윌 패럴의 코믹 연기는 배꼽을 쥐게 한다. 25일 개봉.
김은형 기자, 사진 무비앤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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