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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SF 엉뚱·황당…어차피 상상력의 세계인걸

등록 2005-08-24 16:53수정 2005-08-25 15:35

상상의 세계
상상의 세계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최근 개봉한 <우주전쟁>의 전제는 비슷하다. 우주에는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과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있으며, 이들이 지구를 쓸어버리려고 한다. <우주전쟁>은 이 상황이 주는 공포를 극대화한다. <은하수…>에서는 영화가 시작한 지 15분 만에 지구가 ‘산뜻하게’ 폭파해버린다. 그리고는 ‘룰루랄라’ 하며 우주를 여행하는 지구인과 외계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들이 들고 다니는 여행가이드인 <은하수…>에 지구에 대해 나온 기록은 딱 한줄, ‘대체로 무해함’이다. 외계인들에게 지구는 우주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조차 아리송한 변방 중의 변방일 뿐이다.

은하계서 지구는 사라지고 생존 지구인과 외계인·로봇의
상상초월한 우주여행 이야기
철학적 주제·과학적 논리 무시 SF ‘정석’ 휴짓조각으로

SF 엉뚱·황당…어짜피 상사의 세계인걸
SF 엉뚱·황당…어짜피 상사의 세계인걸
영국 서부시골에 살던 아서 덴트(마틴 프리맨)는 오랫동안 친구였으나 외계인인 줄은 꿈에도 상상못했던 포드(모스 데프) 덕분에 폭파 직전의 지구를 탈출해서 은하계의 히치하이커가 된다. 지구는 외계인들의 은하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철거’됐다. 둘은 괴상한 외모에 더러운 성격, 그리고 우주 최악의 시인인 보곤족 우주선을 탔다가 쫓겨나 은하계 대통령이 탄 ‘순수한 마음’호와 만난다. 여기서 아서는 “수학과 천체물리학 학위를 가진 탓에 지구에서는 실업수당을 받는 일 말고 달리 할 일이 없어” 외계행을 선택한, 그리고 언젠가 파티에서 만나 한 눈에 반했던 또 다른 지구인 트릴리언과 다시 조우한다. 이 네 인물은 십진수 30자리까지 계산할 수 있는 거대한 두뇌 용량을 가졌지만 시시껄렁한 심부름이나 하는 신세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로봇 마틴과 함께 어수선한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SF 엉뚱·황당…어짜피 상상의 세계인걸
SF 엉뚱·황당…어짜피 상상의 세계인걸
<은하수…>는 에스에프 걸작에 시상하는 휴고상까지 수상한 원작소설에 바탕하고 있지만 심오한 철학적 주제나 과학적 논리로 무장한 에스에프 고전들과는 거리가 멀다. 최첨단 기계들은 잡담이나 하고 있고, 록스타 스타일의 은하계 대통령 자포드 비블브락스(샘 록웰)는 대통령 재임시절 사기죄로 감옥까지 갔던 ‘양아치’다. 여행 중에 만나는 자포드의 정적인 허마 카불라(존 말코비치)는 신에게 코를 풀 휴지를 내려 달라고 기도하는 사교집단의 교주이고 삶과 우주와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750만년 동안 찾아낸 울트라수퍼컴퓨터 ‘깊은 생각’이 내놓은 답은 딸랑 ‘42’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은하수…>는 실없는 농담으로 가득 차 있고, ‘무한불가능 확률추진기’같은 어려워보이지만 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과학용어들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어떻게 보면 정색한 에스에프 소설가나 팬들의 화를 돋우기 위해 이 영화(소설)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어차피 상상력의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철학이나 지적인 논리를 중요시하면서 역으로 관객(독자)을 주눅들게 만드는 에스에프의 권위로부터 벗어난다. <은하수…>가 주는 쾌감은 어떤 논리로도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상상력의 무한질주이자 고전 에스에프들이 정교하게 구축해온 세계를 까딱거리는 손짓 하나로 날려버리는 경쾌함이다. 지난 봄 미국 개봉 때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냈지만 국내에서는 26일 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단독개봉한다. 블러, 팻보이슬림, 알이엠 등의 개성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영국 출신 가스 제닝스 감독의 데뷔작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필름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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