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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소녀시절로 되감아진 주부의 반전

등록 2013-07-11 19:39

<까밀 리와인드>는 술에 찌들어 살던 40살 까밀이 16살로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는 깨달음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노에미 르보브스키가 각본·감독·주연까지 1인3역을 해냈다. 아담스페이스 제공
<까밀 리와인드>는 술에 찌들어 살던 40살 까밀이 16살로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는 깨달음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노에미 르보브스키가 각본·감독·주연까지 1인3역을 해냈다. 아담스페이스 제공
[문화‘랑’]영화
‘까밀 리와인드’ 18일 개봉
80년대 소품들 잔잔한 향수
‘어긋나버린 내 인생, 모든 것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타임슬립’ 영화는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려는 주인공들의 악전고투를 주제로 한다.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술에 찌들어 엉망진창이 된 삶을 살거나,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맞닥뜨린 당신에게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18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까밀 리와인드> 역시 이러한 다소 고전적인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결말은 기존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의 배경은 2008년 12월31일. 다들 가슴 벅찬 새해를 준비하지만, 마흔살 단역배우 까밀(노에미 르보브스키)은 하루하루를 술로 버틸 만큼 불행하다. 16살에 운명적으로 만난 남편은 20살이나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나 이혼을 했고, 17살에 낳은 외동딸과도 데면데면하다.

부모님이 16살 생일선물로 준 시계의 배터리를 갈기 위해 잠시 들른 금은방에서 까밀은 “시계는 우주의 움직임보다 1초씩 빠르게 가기 때문에 시계를 1초 느리게 맞춰주겠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주인으로부터 듣는다. 그리고 송년회에서 또다시 술에 잔뜩 취한 까밀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1초’를 남겨둔 때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까밀 리와인드>는 술에 찌들어 살던 40살 까밀이 16살로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는 깨달음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노에미 르보브스키가 각본·감독·주연까지 1인3역을 해냈다. 아담스페이스 제공
<까밀 리와인드>는 술에 찌들어 살던 40살 까밀이 16살로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는 깨달음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노에미 르보브스키가 각본·감독·주연까지 1인3역을 해냈다. 아담스페이스 제공

다음날 병원에서 눈을 뜬 그는 놀라운 일을 경험한다. 시간은 1985년, 그가 16살이었던 시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돌아가신 엄마는 멀쩡히 살아있다. 이때부터 까밀은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되돌리기 위해 애쓴다. 그해 만났던 남편과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져 돌아가신 엄마가 병원진료를 받도록 설득한다.

부모님과 생일파티를 하고,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수다를 떨고, 연극반 연습을 하고, 유행하는 음악을 듣고…. 당시엔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이 이제는 순간순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라는 것을 아는 까밀은 틈나는 대로 부모님의 목소리를 녹음해둔다. 친구들과도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까밀…>이 다른 타임슬립 영화와 견줘 재미있는 점은 16살로 돌아간 주인공의 외모가 40살 아줌마의 모습 그대로라는 독특한 설정이다. 40살 중년여성이 10대가 입는 옷을 입고, 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모습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각본·감독·주인공 3역을 해낸 프랑스의 여성 감독 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여기에 카세트로 음악을 듣는 워크맨, 80년대 유행이었던 땡땡이 무늬 치마 등 옛날 소품들도 재미를 더해준다. 영화 <써니>에도 삽입됐던 바나나라마의 ‘비너스’, 카트리나 앤드 더 웨이브스의 ‘워킹 온 선샤인’ 등 8090세대 디스코풍 음악들도 귀에 감긴다. 결국 까밀은 과거를 바꿔 현실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결말이 무엇이든 까밀의 과거여행을 통해 삶의 아름다운 한때를 추억하게 하고, 현실에 당당히 발딛고 설 용기를 주는 소박하지만 반짝이는 영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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