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등장하는 열차의 객실 26칸을 실제로 제작해놓은 세트장 안의 봉준호 감독. 씨제이(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새달 1일 개봉
인류 마지막 생존자들이 올라탄 ‘설국열차.’ ‘머리칸’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 때, ‘꼬리칸’의 사람들은 무엇으로 만든지 알수도 없는 단백질블록 하나를 배급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한다.
반란이나 반역이 대개 가난과 배고픔 탓에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은 불평등에서 비롯된다. 예외없는 가난이나 배고픔에는 애초부터 저항할 상대가 없는 탓이다. 가혹한 설정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최후의 생존자들을 태운 노아의 방주에서조차 인간들이 칸과 칸으로 계급이 나뉘어진 채 서로 평등하지 못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본성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했다.
인류 최후의 생존자 태운 열차
객실 칸 나눠 ‘불평등 현실’ 빗대
극한 상황의 인간본성 파헤쳐 박찬욱 제작 맡고 송강호 출연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까지 합류
“예술과 상업영화 줄타기 잘해”
1300만 관객 영화 <괴물>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재결합, 한국영화 역대 최대 400억원대 제작비,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의 출연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영화 <설국열차>(8월1일 개봉)가 22일 첫 시사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지구적으로 살포된 ‘CW-7’라는 물질로 인해 오히려 지구에 빙하기가 닥친 2031년을 배경으로 했다. 인류 대부분이 멸종한 가운데 마지막 생존 가능 장소인 설국열차 속에서 꼬리칸 사람들은 좁아터진 거주공간, 식량과 물 부족 등으로 비참한 삶을 산다.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머리칸 사람들과 절대 권력자 윌포드(에드 해리스)를 상대로 반란을 주도하고, 사람들은 꼬리칸에서 60개 열차칸을 거쳐 권력의 상징인 ‘엔진’으로 다가간다. 이 과정에서 열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와 그의 딸 요나(고아성)가 이들을 돕는다.
봉 감독 특유의 촘촘한 구성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데다, 할리우드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한 영화의 완성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봉 감독이 “예술영화라는 느낌을 줄 의도가 없었다”라고 밝혔는데도, ‘예술과 상업영화 사이에서 줄타기 잘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면 영화의 전체적인 질감은 전작들보다 더 거칠고 무거워졌다. <살인의 추억>, <괴물>에서 살해장소로 쓰이던 하수구 같은 ‘폐쇄 공간’이 이번 영화에선 아예 출구가 없는 열차로 등장해 영화 내내 압박감을 준다. ‘계급사회의 저항’이라는 소재에 관객들이 얼마나 몰입해줄 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국내 자본으로만 4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대목이다.
영화 내용 속에서 설국열차는 60량으로 이뤄진 1.5㎞길이의 열차가 1년 단위로 43만8000㎞ 길이의 전세계를 1년단위로 순환하도록 돼 있다. 하나의 열차라는 고리로 연결됐으면서도, 제각각 분리된 열차칸으로 ‘인간의 층위’를 구획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꼬리칸에 이어 이들의 반란을 차단하는 군인칸과 감옥칸을 거치면 돈을 내고 탑승한 승객들을 위해 물공급칸, 식물칸, 수족관칸, 교실칸, 나이트바칸 등 호화롭고 자급자족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는 상상력도 기발하다.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한칸 길이 20m에 이르는 객실 26칸을 실제로 제작하고, 열차의 움직임과 똑같은 흔들림을 사실감 넘치게 재현했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작가 자크 로브의 1984년작 만화 시나리오를 봉 감독이 9년전 서울 홍대 앞 한 만화가게에서 발견해 영화화했다. 제작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당시 봉준호 감독과 ‘우리 둘이 하면 뭔가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했었다.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출연진은 압도적이다. <괴물>(2006)에서 아버지와 딸 역할을 했던 송강호와 고아성이 열차속 부녀를 맡았고, 크리스 에반스(<어벤저스>), 제이미 벨(<빌리 엘리어트>)과 함께 존 허트,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턴 같은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봉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신뢰로 비교적 적은 출연료를 감수하고 합류했다고 한다. 씨제이(CJ)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영화 제작비 최고인 4000만달러(447억원)를 투자해 세계시장까지 겨냥했다. 10여분간짜리 하이라이트 상영만으로 해외 사전 판매에서만 2000만달러어치 계약이 성사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나를 흥분시키는 영화 만들려 했다” 지금 우리사회 돌아보게 해줄 것
트위터 반응, 총알 300개 맞은 듯 “트위터 반응 보고 몸에 총알 구멍이 300개쯤 난 것 같아요. <보니와 클라이드> 마지막 장면처럼요.” 말하는 것과 달리 봉준호(44)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넘쳤다. 한편으론 새 영화 <설국열차>를 막 내놓은 감독답게 더운 열정도 내뿜고 있었다. 봉 감독으로서는 <마더>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설국열차>에 대해 “공상과학(SF) 영화의 형식을 빌렸지만, 독특하고 극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 사회와 닮아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역경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진하는 인간들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에서도 내내 죽음을 무릅쓰고 기차 머리칸 쪽을 향하는 ‘꼬리칸 승객’들의 삶을 다뤘다. “인간이 더 나은 시스템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고, 많은 대가를 요구받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가야죠.” 특히 이번 영화는 세계 167개국에 사전 판매돼 이들 나라의 관객과 만남이 예정돼 있다. 9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올겨울께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대다수 나라에서 개봉된다. 봉 감독은 “여느 때처럼 내 자신을 흥분시킬 만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서도 “에스에프 장르와 가난한 자와 부자라는 양극화를 소재로 썼는데, 보편적 장치를 쓴 한국 영화에 국외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하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차기작 후보는 여느 때처럼 ‘봉 감독을 충돌질하는 이야기를 가진’ 작품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옥자>라는 작품과 미국에서 제안이 들어온 에스에프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잔잔하고 일상적인 소재로 인간의 얘기를 끌어내는 일에 도전하겠지만 아직은 뜨겁고 강한 사건에 더 몸을 던지고 싶어요.” 홍석재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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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의 장면. 씨제이(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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