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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하정우의,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라이브’

등록 2013-07-25 20:01수정 2013-07-26 10:39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하정우는 ‘단독보도’를 조건으로 폭탄 테러범과 생방송 통화를 하는 라디오 진행자로 나온다. 씨네2000 제공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하정우는 ‘단독보도’를 조건으로 폭탄 테러범과 생방송 통화를 하는 라디오 진행자로 나온다. 씨네2000 제공
[문화‘랑’]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새달 1일 개봉
앵커와 폭파범의 ‘부당거래’
전체 화면 3분의2가 ‘원샷’
주연 하정우의 폭발적 ‘1인극’
분노와 공포 감정표현 절묘

“지금, 한강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생방송 중 전화가 걸려온다. 조금 어눌한 목소리. 장난으로 받아 넘긴 순간, 서울 마포대교가 세동강난다. 폭탄테러 전 범인한테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숨겨진 폭발물은 더 있다. 한때 ‘국민앵커’였던 윤영화(하정우)는 범인과 ‘단독 보도’를 조건으로 생방송 통화를 하자는 거래를 시도한다. ‘대중한테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윤영화가 폭파범과 숨가쁜 ‘부당거래’를 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실상 그는 개인 뇌물비리 의혹으로 마감뉴스 앵커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쫓겨난 상태다. 대특종 ‘한방’으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으려 한다.

범인은 현금 21억7924만5000원과 한강다리 공사 중 사망한 노동자 3명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조건으로 건다. 먼저 돈이 건네지고, 라디오 스튜디오에 텔레비전 중계 시설이 차려지면서 ‘더 테러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8월1일 개봉)는 정체불명의 폭탄 테러범이 방송을 통해 최고 권력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려고 사건을 벌인다는 비교적 단순한 틀을 갖고 있다. 그런 탓인지, 영화는 무대를 장황하게 넓히지 않고 97분 러닝타임 전체가 원룸 크기의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영화에서 마포대교가 폭파되는 장면. 씨네2000 제공
영화에서 마포대교가 폭파되는 장면. 씨네2000 제공
30억원대 저예산과 초보 감독, 손가락으로 셀 만한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 전개마저 협소한 공간에서만 이뤄졌다. 게다가 전체 영화 화면의 3분의 2에 주인공 한명만 등장하는 ‘원샷’으로 촬영됐다. 이런 조건으로 긴박감 넘치는 폭탄테러 영화가 가능할까 싶지만, 뜻밖에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터질 듯한 긴장감을 안고 전개된다. 마포대교가 폭파 뒤 무너지는 장면 등 이물감 없는 컴퓨터 그래픽도 볼거리다. 동료 노동자의 사망 때문에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현실성 낮아 보이는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다는 ‘순박한’ 설정도 영화의 마지막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깜짝 놀랄 구성의 힘을 얻는다.

특히 윤영화가 초소형 폭탄이 설치된 ‘인이어 이어폰’을 귀 안에 꽂은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수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방송사 보도국장 차대은(이경영)과 경찰 대테러센터 팀장 박정민(전혜진) 등을 통해 권력의 추악한 모습도 드러난다. 폭파범이 요구한 ‘21억7924만5000원’에 얽힌 사연도 곱씹어 볼 만하다.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 <국가대표>를 통해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흥행배우’로 꼽히는 하정우의 연기는 폭발적이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전체 장면의 90% 이상에 등장하고, 그마저도 대부분 ‘1인극’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방송인들한테 강요되는 절제 속에서 분노와 공포를 오가는 감정 표현이 절묘하다. 그는 “감정변화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은 짧게 표현했다”며 “단계별로 평정심으로 돌아오면 다시 감정을 끌어올리고, 끌어올린 부분을 다시 억누르기를 몇 번 계속했다. 어려웠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장편 상업 영화에 데뷔한 김병우 감독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제로 삼았다. 형식을 다른 영화와 차별화하고, 촘촘하게 짜인 구성으로 밀도높은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마포대교’를 폭발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금용, 언론, 정당 등이 밀집된 여의도로 통하는 다리인 만큼,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는 데 용이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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