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언어의 정원>
[문화‘랑’]영화
신카이 감독 신작 애니 ‘언어의 정원’
주인공 심리 담은 빗줄기 장면 눈길
신카이 감독 신작 애니 ‘언어의 정원’
주인공 심리 담은 빗줄기 장면 눈길
<초속 5㎝> <별을 쫓는 아이>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언어의 정원>은 ‘꿈을 찾는 자’와 ‘꿈을 잃어버린 자’ 사이의 교감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신카이 감독은 ‘비’라는 매개를 통해 주인공의 세밀한 감성과 감정 변화를 아날로그적인 2디에 담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낸다.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엔 오전 수업을 빼먹고 도심 속 정원으로 구두 스케치를 하러 간다. 장마가 시작된 6월, 다카오는 우연히 정원에서 초콜릿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연상의 여인을 만난다. 둘의 우연한 만남은 비가 오는 날이면 계속된다. 어린 나이에 아빠를 여의고 형·엄마와 살면서 자연스레 요리를 잘하게 된 다카오는 비 오는 날이면 도시락을 싸서 가져가 나눠 먹으며 여인과 점차 가까워진다. 연상의 여인 역시 다카오의 도시락 덕분에 잃었던 미각을 되찾아가게 된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다카오는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비가 오기만을 바란다. 그러던 어느 날 다카오는 여자에게 구두에 관한 책을 선물받고, 무언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를 위해 구두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최소한의 대사와 아름다운 영상만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다카오가 알지 못했던 ‘그녀의 비밀’이 밝혀지며 폭발적인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초속 5㎝>에서 벚꽃과 눈이 흩날리는 장면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색채와 빛의 마법사’라는 호평을 받은 신카이 감독은 <언어의 정원>에서는 ‘비 오는 장면’에 집중했다. 비가 내리는 세기로 주인공의 감정기복이 표현되는 등 영화 내내 비는 중요한 심리적 의미를 보여준다. 올해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 참석한 신카이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비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 시각적 표현에 모든 것을 쏟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내내 빗물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다.
3디가 대세인 애니메이션계에서 ‘손맛’을 살린 2디만을 고집하는 신카이 감독의 ‘작가정신’은 여전하다. 그는 한 컷 한 컷 그림을 손으로 그린 뒤 컴퓨터로 옮겨 작업하는 등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디보다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46분짜리 이 영화에 2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영화 내내 흐르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극도의 정제미를 살린 이야기 전개다. 신카이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감성이 <언어의 정원>에서 극대화되는 느낌이다. 연상의 여인과 고교생의 정신적 교감을 순수하고 설득력 있게, 그러나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리며 그려낸다. 과연 그녀는 다카오가 만들어 준 ‘구두’를 신고 세상을 향해 걸을 수 있을까? 엔딩 크레디트가 끝난 뒤 이어지는 영화의 에필로그를 놓치지 말자. 14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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