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37) 감독
옴니버스 한국 영화 ‘어떤 시선’
사회 약자들 소재로 인권위 제작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3편 연작
사회 약자들 소재로 인권위 제작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3편 연작
얼음강이 있다. 때론 얼음이 되고, 때론 강이 된다. 세상엔 이런 ‘경계의 모호함’이 흔하지만, 현실 속 제도들은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고통받는 소수자들이 적지 않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청된 옴니버스 영화 <어떤 시선>은 ‘차이’를 인정받지 못한 약자들을 소재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다. 세 편의 옴니버스 가운데 민용근(37·사진) 감독이 연출한 <얼음강>은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첨예한 소재를 다뤘다. <혜화, 동>으로 호평을 받은 민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다. 아이돌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이자 배우인 김동현과 연극배우 출신의 길해인, 정인기 등 배우들의 연기가 맛깔나다.
선재(김동현)의 엄마(길해연)는 무심코 아들의 지갑을 열었다가 입대일이 하루 남은 ‘영장’을 발견한다. 선재는 입대를 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미 남편과 큰 아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하고 감옥에 다녀왔고, 아이를 지키려고 다른 가족과 인연도 끊었는데 선재마저 “총을 들 수 없다”며 병역거부를 선택한 것이다. 선재는 “내가 선택한 삶에서 도망가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엄마는 “그게 왜 감옥으로 가는 길이어야 하냐”며 울음을 터뜨린다.
1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민 감독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의무 군복무 제도’를 가진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합리적인 대안이 나와 정착된 사안인데, 우리는 그런 논의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수자의 인권 문제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평화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은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고 왜 군대와 감옥 외에 선택의 길이 없냐’고 항변하고, 다른 쪽에서는 ‘소수자들 탓에 희생되는 다수’를 말한다. 민 감독 역시 ‘당연히 군대가는 건데 왜 감옥을 택했지? 나라는 누가 지키지?’ 라는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국내에 종교적, 평화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인원은 모두 1만7000명. 해마다 700여명이 수감된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선 한국 정부에 대체복무제를 권고하고 있다.
민 감독은 어느 날 얼어붙은 한강에 던진 돌이 튕겨져나오는 모습에서,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관객들이 ‘사람에 관한’ 문제라는 생각으로 선입견 없이 백지 같은 느낌으로 영화를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시선>에는 <얼음강>과 함께 각각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가진 두 중학생 친구의 우정을 다룬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노인문제를 다룬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이 합쳐졌다. 민 감독은 “세 감독이 전혀 별개의 작업을 했지만, 공동체라는 테두리가 세 주제를 순환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시선>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마친 뒤, 24일 일반 개봉한다.
글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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