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 영화
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 폐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영화 <더 엑스>가 티켓 예매 개시 2초 만에 전회차 매진을 기록하는 등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강동원의 군 제대 이후 첫 출연작이란 것 외에도 ‘스크린 엑스(X)’라는 기술을 전세계 최초로 구현해 영화계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스크린 엑스는 상영관 전면 스크린뿐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활용하는 영사방식입니다. 천장을 제외하고 관객들의 시야가 닿는 모든 공간에서 영화 장면이 나오는 것입니다. 극장체인 씨지브이(CGV)가 특허권을 가진 ‘스크린 엑스’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씨지브이 일부 특수 상영관에서 광고 영상에 활용해 왔습니다. 30분짜리 단편이지만, 이 기술을 활용해 이야기를 가진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더 엑스>가 처음입니다.
<더 엑스>는 특수요원 ‘엑스’(강동원)가 의문의 가방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연인 미아(신민아)가 연루된 음모를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가운데 엑스와 악당들 사이에 벌어지는 오토바이 추격전, 미아와 엑스 사이의 미묘한 감정 충돌, 불꽃놀이 장면 등에 이 기법을 썼습니다.
이번 영화는 기술실험용으로 제작됐지만, 또 다른 영화에서 실용화할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불꽃놀이 장면은 상영관 안을 불꽃으로 가득 채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반면 오토바이 추격 장면에서는 정면에서 벽면 스크린으로 이어지는 화면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왼쪽 벽면에 앉은 관객들은 왼쪽 벽면 화면을 볼 수 없다는 점, 3차원 공간을 활용한 영상에서 관객들의 시선에 따른 소실점을 계산하지 않은 점 등은 아쉬웠습니다. 30분짜리 단편 영화에 10억원이나 든 제작 비용 문제도 차츰 개선돼야 할 점입니다.
하지만 스크린엑스가 지금의 3D 영상 같은 보편적인 기술로 자리잡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스크린 엑스’의 성공을 기대해 봅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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