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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마돈나는 극장과 비디오방 차이 몰랐을까

등록 2013-10-17 19:59

듀나 칼럼리스트
듀나 칼럼리스트
[문화‘랑’] 듀나의 영화 불평
얼마 전 팝스타 마돈나는 그 사람의 기준으로도 용납하기 힘든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뉴욕 영화제 때 스티브 매퀸의 <노예로 산 12년>을 상영하던 앨러모 드래프트하우스 극장에서 러닝타임 내내 블랙베리 핸드폰으로 문자질을 해댄 것이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주위 관객들이 제발 그만하라고 지적해도 시치미를 뚝 떼고 문자질에 몰두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지금쯤 극장에서 만난 최악의 진상 관객을 상상하며 욕을 씹고 있을 텐데, 마돈나가 당시 주변 관객들에게 끼친 민폐는 여러분의 상상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다. 평균적인 한국 관객들은 평균적인 미국 관객들에 비해 훨씬 예의 바르다. 두 나라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

소동은 앨러모 드래프트하우스 체인의 대표인 팀 리그가 당시 일을 사과하지 않는다면 마돈나는 앨러모 드래프트하우스 체인 영화관에 들어가는 걸 금지하겠다는 트위트를 남기면서 절정에 이른다. 물론 그는 나중에 이 트위트가 농담이었다고 해명한다. 실제로 그런 식의 금지가 먹힐 가능성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의 트위트는 영화관의 진상 관객들에게 진력이 난 수많은 영화 애호가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다. 내가 마돈나라면 사과하겠다. 이건 결코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현대 영화 관객들의 핸드폰 에티켓에 대한 불평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현대 관객들은 그런 에티켓을 지킬 능력이 있는가?

영화와 텔레비전의 시대에 접어들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영상매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진중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집중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진짜로 잃어버린 건 영화를 집중해서 볼 인내력이다. 사람들은 책 읽는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작가들도 그것을 안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단숨에 읽으라고 쓰지 않았다. 챕터와 챕터 사이의 휴지는 당연한 것이다. 교향곡이나 오페라도 마찬가지다. 1시간 이상 넘어가는 교향곡은 거의 없으며 오페라는 관객들이 쉴 수 있는 막간을 허용한다. 오로지 영화만이 1시간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완전한 몰입을 할 것을 강요하고 이 요구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요즘 들어 이 요구는 점점 비정상적인 것이 되어간다. 지금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상매체의 감상 환경을 생각해보라. 다시 말해 여러분은 어떻게 텔레비전을 보는가? 옛날처럼 의자에 앉거나 누워 텔레비전 화면만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여러분 손이 닿는 곳에는 핸드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이 있기 마련이고 여러분은 텔레비전을 보는 내내 주변의 그 기기들을 훔쳐보거나 갖고 논다. 음악감상의 행위가 일상에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것으로 변질된 것처럼 이제 드라마와 영화 역시 대충 봐도 되는 배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의 이런 버릇이 영화관에 들어간다고 단번에 바뀔 것이라 믿는 건 순진하지 않을까?

이 변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도 극장은 당연히 이를 막아야 한다. 영화관이란 텔레비전이 있는 안방과는 전혀 다르고 여기서부터는 관객들이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관과 비디오방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지금의 멀티플렉스 운영자들이 과연 그런 권위를 보여줄 수 있을까?

듀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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