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톱스타>는 27년간 정상급 배우로 살아온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배우는 관객들한테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고, 감독은 자기 생각을 보여준다. 감독으로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긴장감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움영화사 제공
[문화‘랑’] 영화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
27년간의 연예계 경험치 녹여
“인기가 사람을 괴물로도 만들더라”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
27년간의 연예계 경험치 녹여
“인기가 사람을 괴물로도 만들더라”
박중훈(47)은 지난 27년간 ‘톱스타’ 자리를 지켜왔다. 1986년 <깜보>로 데뷔해 <투캅스>(1993), <게임의 법칙>(1994), <황산벌>(2003), <라디오스타>(2006) 등 4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2002년엔 영화 <찰리의 진실>로 국내 1호 할리우드 진출 배우가 됐고, <해운대>(2009)로 1000만 영화배우 타이틀도 얻었다.
그가 이번에는 감독에 도전했다. 24일 개봉하는 <톱스타>. 톱스타가 만드는 영화 이름이 묘하다. 박 감독의 <톱스타>가 배우 하정우 연출의 <롤러코스터>(17일 개봉)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이 맞물리면서 정상급 배우 출신 두 감독의 ‘연출 데뷔작 맞대결’도 눈길을 끌게 됐다.
영화는 최고 인기배우 원준(김민준) 밑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배우를 꿈꾸던 태식(엄태웅)이 우연한 기회에 스타 반열에 오른 뒤, 더 큰 인기에 집착하다 스스로 파멸에 빠지는 모습을 그렸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톱스타가 된 태식은 그릇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형제처럼 지내던 원준을 뛰어넘으려 비열한 수단을 마다않는다.
박 감독은 자신이 연예계에서 30년 가까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에서 ‘톱스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청룡영화제 레드카펫이나 남우주연상 트로피도 그가 실제로 여러차례 받았던 상들이다. “유명세가 사람을 괴물로도 만들더라”는 원준의 대사나 ‘국민배우’ 김경민(안성기)이 “영화라는 게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어서 누구 하나 상처 받아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자신의 평소 생각을 녹인 것이라고 한다.
16일 첫 영화 시사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좋은 영화는 감독이 잘 아는 내용 가운데 세상에 내놓았을 때 가치있는 이야기를 골라 영화로 재미있게 녹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평생 영화를 찍어왔음에도 “자기 ‘감정’을 보여주는 배우로 수십년을 살아왔는데, 자기 생각을 보여줘야 하는 감독이란 자리가 아직은 어색하고 긴장이 많이 된다”며 웃었다.
배우 김민준이 국내 최고 배우인 원준 역을 잘 연기했다. 엄태웅도 스타가 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투박하면서도 야심찬 태식 역에 썩 잘 어울린다. 반면 영화계에서 벌어질 만한 일 가운데서도 극단적인 사례들로만 구성한 에피소드들은 비현실적인 느낌도 준다. 고아로 자란 태식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 미성년과 성매매 사실이 알려진 뒤 자살하는 배우, 연예인의 약점을 알아낸 뒤 특종과 ‘거래’를 제안하는 기자처럼 전형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홍석재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