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블랙아웃’ 만든 에바 웨버(44) 감독
다큐 ‘블랙아웃’ 만든 웨버 감독
EBS 방영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신문사진 한 컷에 끌려 제작 결심
수㎞ 걸어야 불빛 만나는 현실담아
“진실이 때론 픽션보다 흥미로워”
EBS 방영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신문사진 한 컷에 끌려 제작 결심
수㎞ 걸어야 불빛 만나는 현실담아
“진실이 때론 픽션보다 흥미로워”
오른발에 깁스를 했다. 길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졌고, 철심을 4개나 박았단다. 휴대폰에 저장된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고깃덩어리 다루듯 뼈를 맞췄다”며 동작까지 흉내 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교육방송>(EBS)의 국제다큐영화제(18~25일) 개막작 <블랙아웃>을 만든 에바 웨버(44·사진) 감독은 그렇게 유쾌했다.
<블랙아웃>은 인구 중 80%는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서아프리카의 빈국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밤늦은 시각 공항과 터미널, 주유소에는 시험을 앞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고 있다. 아이들은 불나방처럼 빛을 찾아 3㎞, 5㎞를 걸어왔다. 그들의 열정은 새벽 4시까지도 식을 줄 모른다. 불행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블랙아웃>의 시작은 신문에 실린, 공항 불빛에 의지해 공부하는 아이들의 사진 한 장이었다. 개막식에 맞춰 18일 입국한 웨버 감독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기니’라고 말하면 ‘파푸아뉴기니’로 착각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는데, 기니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기니의 정치적 상황과 제작비 때문에 사진을 처음 접하고 다큐를 찍기까지는 3년여를 기다려야 했다. 기니는 1958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내란과 군사독재에 시달리다가 2010년 11월 최초로 민주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했다. 하지만 축적된 부정부패로 경제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웨버 감독이 <블랙아웃> 촬영을 위해 코나크리에 체류한 시간은 15일. 이 중 12일 동안 카메라를 돌렸다.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다. 제작비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 불만은 언제나 있지만 완벽한 다큐는 없지 않은가. 좋은 다큐냐 아니냐는 관객이 결정할 몫이다.”
독일 출신인 웨버 감독은 단편영화로 데뷔했다. <100m 위의 고독> <철로 만든 집> <밤 그리고 평화> 등의 단편 다큐를 찍었고, 지금은 <북쪽 빛이 당신의 이름을 지우게 하라>라는 픽션 영화를 찍고 있다. “대본이 없는 다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터지고는 한다. 돌발 상황을 즐기는 편이고, 새로운 도전 또한 좋아한다. 다큐를 찍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경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가짜 현실의 픽션 영화를 찍으면 진짜 현실에 대한 갈망과 갈증이 생기기도 한다. 진실이 때로는 픽션보다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다큐란 무엇일까? “다큐는 현실의 개인적 해석이다. <블랙아웃>도 아이들과 선생님, 다른 사람들을 인터뷰한 뒤 개인적 편집 과정을 거쳐 하나로 만들었다. 때문에 다큐는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아웃>은 “삶은 희망이다. 희망이 없다면 자살이다”라는 기니 학교 선생님의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감독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와 같지 않을까? “<블랙아웃>을 보고 나면 부정적인 시선도 긍정적인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변치 않는 것은 미래를 위해 계속 살아가야 하고, 또 싸워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블랙아웃>으로 시작된 국제다큐영화제는 25일 밤 1시45분 교육방송이 재방송하는 <블랙아웃>으로 막을 내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사진 교육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