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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감독 된 ‘톱스타’, 배우인생 30년 고해성사

등록 2013-10-23 19:20수정 2013-10-23 22:23

배우 박중훈(47)
배우 박중훈(47)
자전적 영화 ‘톱스타’ 제작 박중훈

‘내 연기 새롭지 않다’ 부끄러움에
관객에 하고 싶었던 속얘기 영화로
촬영내내 감독으로서의 부담감 커
안쓰던 근육 사용한듯 근육통 느껴
“어린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네가 걸어온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네가 갈 길이다.”

배우 박중훈(47·사진)이 4년 전 한 언론사 칼럼에서 어머니가 자주 하던 얘기라며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고 고백한 말이다. 그가 첫 감독과 각본, 제작까지 맡은 영화 <톱스타>(24일 개봉)를 보면, 오래전 그의 고백이 허투루 한 게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대 초반부터 주연배우를 했는데 그때는 인기 얻고, 돈 벌고, 성공하는 게 내 생각의 전부였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 같은 것에서 느낀 감정의 변화와 연예계에서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알게 된 스스로의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톱스타>는 그가 오랜 세월 연예계에서 체득한 경험들을 소재로 했다. 영화에서는 ‘톱스타’ 원준(김민준)이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과 뒤늦게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우 태식(엄태웅)이 광기 어린 모습으로 인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대비했는데, 박 감독은 “이 둘 모두가 ‘박중훈’의 모습”이라고 했다. 실제로 박중훈은 21살 때 이미 인기배우가 됐고, 이후 30년 가까이 ‘톱스타’로 살아왔다. 하지만 한때 실수로 구속도 됐고, 수십억원대 소송에 휘말리면서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쓰라림도 갖고 있다. 첫 영화에서 자신의 아픈 곳을 스스럼없이 드러낸 이유도 “이 얘기를 먼저 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쉰 살이 가까워져 오고 인기도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죠. 2년 전 영화 <체포왕>을 찍을 때 ‘내 연기가 더는 새롭지가 않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지나간 시간에 대한 부끄러움이 생기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 것 같아서 감독으로 나서게 됐어요.”

생애 절반 이상을 영화판에서 살았지만, 배우와 감독은 전혀 다른 일이다. 게다가 평생을 연출로만 단련된 이들도 단맛보다 쓴맛을 더 자주 보는 게 영화감독이다. 그 역시 감독으로 <톱스타>를 찍기로 결정한 뒤 1년 가까이 절벽 앞에 선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일부 배우들 또는 스태프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거절당했을 때는 배우 시절 자신이 누군가를 거절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30년 베테랑 배우가 어느 날 ‘초짜 감독’이 된 데 따른 현장에서의 고충도 컸다고 한다. 그는 “감독은 최종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데다 감독만 바라보면 되는 배우와 달리 감독은 모든 스태프를 바라봐야 하는 자리더라. 거기다 배우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감독 아닌 이들의 입장을 잘 아니까 책임감과 부담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화가 완성된 뒤엔 관객들의 판단을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손익분기점’이라는 현실적 고민과도 맞닥뜨려야 한다. 그는 어떤 영화가 나왔을지 기다리는 관객들에 대한 부담감을 ‘근육통’으로 표현했다.

“대중들한테 내 속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처음이니까, 마치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쓴 다음날 오는 근육통 같은 게 온 느낌이에요. 감독이 된 게 떨리는 건지, 감정을 드러내는 게 떨리는 건지, 개봉을 앞두고 어떤 기분인지조차 모르겠고 악몽까지 꾼다니까요.”

힘겨운 과정을 거쳐 첫 연출작을 내놨지만, 그는 연출자로 또다른 영화를 꿈꾸고 있다. 이번 영화가 흥행 면에서 ‘상식적인 결과’로 이어져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는 이번엔 ‘박중훈의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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