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문화 다양성은 더할 나위 없이 지적이고, 감성적이며, 윤리적이고, 정신적인 삶을 실현해 낼 수단이다.”
2001년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에서 내놓은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의 내용입니다. 문화 다양성이 왜 필요한지를 근사하게 설명해준 말입니다.
영화계에서는 단편영화가 이런 ‘문화적 다양성’의 씨앗을 키우는 토양 구실을 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2000개 이상의 상영관이 있지만, 정작 관객들이 단편영화를 만날 곳은 거의 없습니다. 비상업 영화를 위한 전용관 자체가 극소수인데다 그나마 장편 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 아쉽지만, 단편영화를 사랑하는 영화 팬들이라면 또다른 통로가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온라인 극장’을 이용해 볼 만합니다. 이곳에서는 월 네 편씩 단편영화를 무료 상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 ‘인디스토리’에서 온라인 상영 판권을 구입한 뒤, 보는 눈이 높은 ‘인디스토리’에 영화 선정까지 맡긴다고 하니 엄선된 수작들을 기대할 만합니다.
4년 전 온라인 극장 개관 당시 상영된 <신도시인>(2002)에서 20대 초반 배우 김태희의 풋풋한 모습이나 단편 코미디 <나는 왜 권투심판이 되려 하는가>(2000)에서 서른살 시절 배우 김수로, 공형진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지난 2006년 ‘독립영화 무료 상영관’이란 이름으로 첫발을 뗀 온라인 영화관에서 7년간 독립영화 680여편이 상영됐다고 합니다. 실험적이고 새로운 영화의 젖줄인 무료 영화와 독립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드문 통로인 것입니다.
이번달에는 전슬기 감독의 <온새미로>와 조수진 감독의 <기타와 나>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들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10분 정도 짬이 날 때 ‘짧고 굵은’ 단편영화의 울림을 가슴에 담아가면 어떨까요? 일반 유료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에서도 약간의 비용을 치르면 더 많은 단편영화들을 볼 수 있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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