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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유치뽕이라고? 하여간 스타일을 몰라! ‘불량공주 모모코’

등록 2005-08-31 16:24수정 2005-09-01 09:51

성장 멈춘 ‘여고생 아이’ 난 드레스만 있으면 돼 엄마나 친구가 무슨 소용?
여고생 모모코(후카다 교코)의 겉모습만 보면 7살 시절에서 성장이 멈춘 아이 같다. 꼬마 여자아이들의 넋을 빼앗을 만한, 그러나 어른들의 눈에는 정신상태마저 의심하게 하는 알록달록, 유치 뽕짝의 레이스 공주 옷에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극도의 사치와 허영심이 요란하고 천박한 장식유행을 만들어냈던 로코코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게 현재 일본의 시골에 사는 모모코의 유일한 불만이다. 영락없는 로리타의 모습이지만 모모코를 철없는 아이라고 속단해선 안 된다. 자신을 낳았던 병원 의사와 야반도주했다가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만나러온 엄마에게 “엄마의 행복을 찾으라, 외모를 잘 가꾸라”고 조언했던 딱 부러지는 소녀다. 물론 학교에서는 왕따지만 ‘드레스만 있다면야 엄마 없고 친구 없는들 무슨 상관이랴’ 하며 자기만의 완결된 세계에 살아간다.

<불량소녀 모모코>는 황당한 캐릭터의 총집합에 만화처럼 전개되는 이야기, 자유자재로 끊어졌다 이어지는 편집 등 딱 요즘 스타일의 일본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에프 감독 출신의 나카지마 데츠야 감독은 단순히 요란한 스타일만을 전시하지는 않는다. <…모모코>는 대책 없는 두 소녀의 사랑스러운 우정 이야기이자 세상과 단절돼 자라기를 멈추었던 아이의 성장담이다. 물론 이들의 성장은 평범한 어른 세계로의 진입이 아니다. 소똥 같은 어른들의 세계는 여전히 소똥이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이다. 이른바 ‘문제아’인 원조교제 여고생들의 세계와, 문제없어 보이지만 속은 곪아터진 어른들의 세계를 비교하면서 소녀들의 풋풋한 우정을 그린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바운스>와 닮았다. <모모코>는 <바운스>에 비해 가볍고 실없다. 대놓고 유치하기 때문에 유치하다고 말하는 게 우스꽝스럽다.

야쿠자 출신의 모모코 아빠는 ‘베르사체’ 짝퉁 티셔츠로 돈을 벌다가, ‘유니버설 스튜디오’ 브랜드를 알게 돼 ‘유니버설 베르사체’ 라는 정체불명의 짝퉁 명품을 만들어 떼돈을 번다. 그러다가 단속에 걸려 망한다. 모모코는 공주 옷을 사기 위해 집안 가득 쌓인 재고품 인터넷 판매에 나섰다가 제대로 된 강적을 만난다. 특공복 차림의 폭주족 이치코가 물건을 사러 왔다가 아예 출근하듯 모모코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같은 폭주족들과 몰려다니는 이치코 역시 모모코처럼 고립된 아이라는 걸 보여준다. 어린 시절 왕따였던 이치코는 우연히 여성 폭주족 리더에게 깊은 감화를 받고 폭주족으로 나섰지만 그 집단에서도 불편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마치 남녀 사이의 연애처럼 전혀 어울려보이지 않는 이들의 우정이 시작된다. 이치코는 짓궂은 남자아이처럼 모모코를 괴롭히고 친구라는 존재를 너무나 귀찮게 여기는 모모코는 새초롬하게 피해다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모모코가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깨닫고 집단 린치를 당할 위기의 이치코를 구하러가는 클라이맥스는 여전히 조잡하고 어처구니없지만 도리어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는 나름의 감동이 있다. <공각기동대>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을 만들었던 간노 요코의 세련된 음악이 촌스런 화면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2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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