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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사랑하라,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록 2013-11-20 19:43수정 2013-11-20 21:25

제프 니콜스 감독의 새영화 ‘머드’
제프 니콜스 감독의 새영화 ‘머드’
제프 니컬스 감독의 새영화 ‘머드’

14살 소년 ‘엘리스’의 시선으로
사랑하고 상처입은 사람들 그려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영화
영화 누리집선 ‘완벽’ 찬사받
‘영원한 사랑’, ‘연인 사이의 절대적 신뢰’ 따위를 믿다가 배신당하고 좌절하는 순수한 영혼들의 성장기는 거장들이 다루기 좋아하는 이야깃거리다. 사랑으로 인해 절망과 파멸을 겪는 주인공을 보며 관객들 스스로 운명을 깨닫는 원초적인 ‘아리스토텔레스식 발견’이 오랜 세월 평단의 후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상업영화 데뷔작 <테이크 쉘터>를 포함해 단 두편의 영화로 ‘거장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제프 니콜스 감독의 신작 <머드>(28일 개봉·사진) 또한 이런 공식을 따른다.

“사랑을 믿지 마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열네살 소년 엘리스(타이 쉐리던) 앞에 어느 날 머드(매튜 맥커너히)가 나타난다. 아버지는 늘상 “조심하지 않으면 사랑이란 놈이 널 잡아먹을 거다”라고 말했는데, 머드는 “그건 사실이 아니”라며 맹목적인 첫사랑을 시작한 엘리스를 위로한다.

머드 역시 사랑하는 연인 주니퍼(리즈 위더스푼)를 위해 살인을 하고, 그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미시시피강 인근 무인도로 숨어들었다. “처음 만난 순간 세상이 반으로 갈라졌다가 하나로 합쳐진 것 같은” 느낌을 준 여인을 위해 삶을 송두리째 던진 것이다. 엘리스는 머드가 현상금 사냥꾼과 경찰한테서 달아나 주니퍼와 만나도록 헌신적 노력을 기울이지만, 상황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니콜스 감독은 전작 <테이크 쉘터>에서 금융위기 뒤 가족을 지키려는 중산층 남성들의 극단적인 불안감을 기묘한 긴장감으로 표현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거듭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사랑을 거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본성을 열네살 소년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다룬다.

특히 머드는 뱀 문신과 늑대의 눈이 수놓아진 셔츠, 권총 한자루가 자신을 온전히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현상금 사냥꾼한테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미 변심한 연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가거나, 자신처럼 ‘바보같은 사랑’을 꿈꾸는 엘리스한테 작별인사를 하러 온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열네살 엘리스의 순수함을 지키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진흙이란 뜻의 ‘머드’가 엘리스의 진주같은 순수함을 지켜주려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제프 니콜스 감독은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상처입고 괴로워하지만, 상처가 치유되면 또다른 사랑에 빠질 준비를 한다. 머드는 이런 덫에 빠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니콜스 감독은 <테이크 쉘터>로 지난 2011년 프랑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대상을 탄 데 이어 이듬해 이 영화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다. <머드>는 영화 관련 누리집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8%로 완벽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자극적인 구성 없이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눈길을 끈다. 반면 기승전결이 뚜렷한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로서는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인기를 끌어온 매튜 맥커너히와 리즈 위더스푼이 작가주의 영화에서도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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