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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참회를 통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

등록 2013-11-21 20:09수정 2013-11-21 22:18

거장 롤랑 조페 감독의 신작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은 ‘오푸스 데이’를 창시한 호세마리아 신부와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마놀로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죄악, 참회와 용서의 길에 대해 말한다. 디엔디미디어파트너스 제공
거장 롤랑 조페 감독의 신작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은 ‘오푸스 데이’를 창시한 호세마리아 신부와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마놀로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죄악, 참회와 용서의 길에 대해 말한다. 디엔디미디어파트너스 제공
조페 감독 ‘호세마리아 신부…’
엇갈린 삶과 스페인 내전 그려
“모든 성인에겐 과거가 있고, 모든 죄인에겐 미래가 있다.”(오스카 와일드)

흔히 종교에서 이 문구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에, 성인과 죄인을 가르는 기준은 오직 죄에 대한 참회와 거듭남뿐’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킬링 필드>(1984)를 통해 실화를 재구성해내는 탁월한 연출력을, <미션>(1986)을 통해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롤랑 조페 감독의 신작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은 이 문구처럼 참회를 통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담아낸다.

젊은 저널리스트인 로베르트(더그레이 스콧)는 곧 성인으로 추대될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찰리 콕스)에 대한 책을 집필하려 한다. 그에 대한 여러 자료를 찾으며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던 로베르트는 자신의 아버지인 마놀로(웨스 벤틀리)가 호세마리아의 어릴 적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8년 동안 연락을 끊은 아버지를 찾아 스페인에 가게 된 로버트. 건강이 악화돼 임종을 눈앞에 둔 아버지는 호세마리아와 자신의 삶에 대해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단짝친구였던 호세의 집안이 망하면서 계급적 차이로 인해 멀어지게 된 사연, 신학대학에 함께 입학했으나 호세를 두고 자퇴를 하게 된 계기, 자신이 프랑코 쿠데타 세력의 스파이로 공산진영에 잠입해 저지른 엄청난 죄악의 결과까지…. 로베르트는 아버지의 고백을 통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돼 괴로워하지만, 생애 처음 더없이 솔직한 고해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용서가 또다른 자유”임을 깨닫게 된다.

거장 롤랑 조페 감독의 신작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은 ‘오푸스 데이’를 창시한 호세마리아 신부와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마놀로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죄악, 참회와 용서의 길에 대해 말한다. 디엔디미디어파트너스 제공
거장 롤랑 조페 감독의 신작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은 ‘오푸스 데이’를 창시한 호세마리아 신부와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마놀로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죄악, 참회와 용서의 길에 대해 말한다. 디엔디미디어파트너스 제공

영화는 제목만 보면, ‘오푸스 데이’를 창시해 성인의 반열에 오른 신부 호세마리아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는 호세마리아와 마놀로의 엇갈린 삶의 행보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교차 편집을 하며 내전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 인간이 직면하게 되는 여러가지 선과 악의 상황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호세마리아가 신의 종으로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 마놀로가 인간의 다층적 욕망에 굴복해 타락해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전쟁은 첫 총알이 발사되기 한참 전에 시작되고, 마지막 총알이 발사된 후에도 한참 계속된다’는 말처럼 영화는 “어느 편을 택할 것인가”를 강요하고 서로 살육하게 만드는 스페인 내전의 참상 또한 조용히 고발한다. 그동안 <킬링 필드>나 <미션> 등의 전작을 통해 폭력의 야만성을 폭로해왔던(백인 우월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롤랑 조페 감독의 정서가 신작인 <호세…>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호세마리아를 둘러싼 일화들도 감동적이다. 특히 임종을 앞둔 유대인 노인이 “아버지 때문에 개종을 못했다”고 하자 호세가 “내가 사랑하는 그분(예수)도 유대인”이라며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고 위로하는 장면은 배타적인 현대 종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8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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