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우리나라 영화제는 몇개나 될까요? 무려 90여개에 이릅니다. 영화제를 취재하다 보면 같은 사람을 서로 다른 영화제 사무국에서 보는 경우가 잦습니다. 모든 영화제들이 준비 기간을 포함해 몇개월에 불과한 단기 계약으로 직원들을 고용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제 일꾼들 대부분이 한 영화제가 끝나면 다른 영화제로 옮겨가는 ‘메뚜기 직원’ 노릇을 하기 일쑤입니다.
이렇다 보니 영화 전문 인력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전문가 양성이 힘들며 영화제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5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사무국 실장급 이하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에는 정규직원이 한 명뿐이었는데 1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스태프 13명이 정규직으로 바뀌었습니다.
국내에서 영화제 사무국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가장 큰 부산국제영화제도 상시 근무자 20명을 무기계약 형태로 고용해 상근자들은 정규직이 아닙니다. 부천영화제는 처음 있는 시도이므로 김영빈 집행위원장이 2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영화제 예산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급여를 정해 추가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만수 부천시장도 애초 시작은 ‘장기계약’이라는 잔걸음으로 해보려다가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니라고 생각해 ‘정규직화’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김 시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행사가 끝나면 서류상으로 해고가 되는 방식으로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화제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번 결정으로 부천영화제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확대돼 국내 최대 장르영화제로 더 큰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천영화제는 영화제 전용 공간 확보, 장르 영화 펀드 조성 등 국제적 장르영화제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웁니다. 고용이 안정된 스태프들의 열정이 이런 목표를 현실화하는 데 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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