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송강호가 노무현이면 안되는 걸까

등록 2013-12-19 19:50수정 2013-12-19 20:50

듀나의 영화 불평
“영화로만 봐달라”, “코미디로만 봐달라”만큼이나 공허하고 비겁한 말은 없다. 영화나 코미디가 정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들이 영화나 코미디이기 때문에 무조건적 보호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이들이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지 영화나 코미디로 다루면 현실세계와의 접점이 사라져 안전해지기 때문이 아니다. 예술은 세상에 대한 외침이고 그 외침에 정치 이야기가 들어간다면 그건 당연히 정치적 발언이 된다.

그런 경우에도 양심적인 저널리스트나 리뷰어는 일단 텍스트 안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것이다. 이번주에 개봉한 <변호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아주 중요하다.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고 당시 실화에서 많은 재료들을 가지고 오고 있지만 정작 실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실화와 실존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도 일단은 영화가 만들어낸 인물들과 사건들, 그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그건 관객들도 마찬가지. 적어도 별점을 주고 욕이나 극찬을 하기 전에 영화는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이상적인 사회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포털 영화란에서는 극과 극을 오가는 별점 전쟁이 시작되었고, 실존인물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올라온다. 물론 이 영화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피할 수는 없다. 아직 보지도 않은 영화에 별점을 주는 행동은 어처구니없고 바보스럽지만 그만큼이나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이다. 정치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이용하는 것 역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보고 이 영화에 대해서만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 목적을 위해 조금 더 똑똑하게 굴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변호인>으로 돌아가보자. 송강호가 연기하는 변호사는 노무현이라는 복잡한 인물의 한 순간을 떼어내 만든 캐릭터다. 이 인물은 노무현의 전 인생을 대표하고 있지도 않고 (단정적인 에필로그에서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 차단해버렸지만) 실제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물론 송강호는 굳이 모델의 성대모사 같은 걸 하지도 않는다. 그는 독립적인 인물이며, 실존 인물에 대해 기계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갖고 있다.

이는 정치적 이용물로서 이 영화가 가진 엄청난 장점이다. 왜 그것을 최대한으로 살리지 않는가. 왜 쉽게 빠질 수 있는 실존인물 우상화의 함정을 방치하고 그 역할을 내부결속용으로 제한하는가. 이 영화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시도들은 그 소중한 가능성을 날려버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행위들이 아무리 내부에서는 감동적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이용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험 삼아서라도 다른 식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익힐 때가 되었다듀나 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