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바닥서 한·일교류 꿈 키우죠” 후지모토 신스케
“충무로 바닥서 한·일교류 꿈 키우죠”
“슛 들어갑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권상우·유지태 주연의 영화 〈야수〉(제작 팝콘필름)의 촬영장에서 분주하게 현장을 통제하는 한 청년. 평범한 차림이지만 얼굴의 콧수염도 그렇고 ‘조용’이라는 발음에 뭔가 이국적인 느낌도 배어 있다. 그는 이 영화의 제작부 ‘세컨드’인 일본인 후지모토 신스케(26)다.
〈야수〉는 올봄 개봉했던 〈태풍, 태양〉에 이어 후지모토가 스태프로 참여하는 두번째 한국 영화. 3년 전 국민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돼 한국과 첫 만남을 가졌고, 한국 사람들과의 우정에 영화를 향한 열정이 보태져 한국 영화 촬영현장의 스태프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파이란〉이나 〈번지점프를 하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들을 좋아한다”며 “오랜 꿈이던 영화 일을 한국에서 배우면서 영화인들의 열정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고, 양국 영화계의 교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경험을 쌓고 싶기도 했다”고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영화 일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충무로에서 ‘맨땅에 헤딩’ 식으로 구직공고 이력서를 제출하고 적극적으로 영화사를 ‘노크’한 끝에 제작부로 현장을 누빌 수 있게 됐다.
후지모토가 하는 주된 업무는 장소 섭외와 구경꾼 통제, 스태프들 간의 연락. 여기에 식사 장소 섭외와 촬영 후 쓰레기 정리도 그의 몫이다. “일어나자마자 일을 시작해 자기 직전까지 일을 할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외국인이라고 봐주는 게 싫어서 요령 피우지 않고 일을 하는데 다행히 처음에는 특별대우를 해주던 다른 스태프들도 바빠지니 여지없이 일을 시키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후지모토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곳은 충무로의 한 고시원. 두 평 남짓한 방 한 칸에서 적은 보수와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일을 하고 있지만 표정은 꽤나 밝은 편이다. “힘든 적은 많았지만 그만두고 싶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서른 살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일을 배우고 싶어요. 그 뒤에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의 영화 교류를 위해 힘쓸 생각입니다.”
글·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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