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전문에서 처음으로 선한 역을 맡은 곽도원은 <남자가 사랑할 때>의 희망 관객수를 묻자 “한 500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변호인>이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니 제가 간이 부어 몇 백만 관객을 쉽게 생각하나요?”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문 경찰 차동영 경감’ 열연 곽도원 인터뷰
배우 곽도원. 이정아 기자
배우 곽도원. 이정아 기자
‘영화가 세상 바꿀 수도’ 생각 들어
22일 개봉 ‘남자가…’서 찌질남 역
“주연보다 소통하는 연기자 소망” 그런 그를 영화판으로 이끈 것은 ‘새로운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판에 뛰어드니 인맥도, 경험도 없는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충무로가 영화의 메카’라는 말만 듣고 충무로 바닥을 헤매고 다녔지만 “인쇄소와 애견센터밖에 없더라”며 그는 웃었다. 독립영화 단역부터 오직 오디션만으로 배역을 따내며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았다. 그런 밑바닥 경험 탓에 그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소중한 기회’란 생각에 배역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다고 했다. “<범죄와의 전쟁> 땐 거의 매일 법정에 가서 검사들 눈빛·어투부터 연구했고, <변호인>을 찍을 땐 고문 전문가로 유명한 이근안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찾아보고 휴대전화에 그의 동영상을 저장해 틈나는 대로 볼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찍으며 감독의 요구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편이다. <남자가…> 속 장례식 장면에서 ‘이젠 하다 하다 형한테 절까지 시킨다’는 대사도 그가 만들어낸 애드리브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가 장례식장에서 중얼거리셨던 말이에요. 리딩 연습 하다 문득 떠올라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냈죠.” 이 짧고 덤덤한 한마디에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훌쩍였다. 그는 지난 연말부터 배우생활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이 1000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고, 때맞춰 <남자가…>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는 <변호인>이 엄청난 흥행을 한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배우관을 바꾼 영화기 때문에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영화를 본 분들이 ‘잘 봤다’가 아니라 ‘고맙다’고 하는 거예요. ‘영화가, 배우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이젠 ‘존재감 넘치는 조연’이 아닌 ‘주연’을 탐낼 법도 하다. 그는 “주연·조연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듣고 소통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면서도 “만일 주연을 맡는다면, 이번 영화의 황정민처럼 진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여전히 ‘악역 전문 배우’다. 차기작인 <타짜2>에서도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장기와 눈까지 뽑아내 팔 수 있는’ 악독한 장동식 역에 캐스팅됐다. “아~, 벗어나려 해도 여전히 되돌이표네요. 악역을 맡으면 기본은 하는 배우라는 믿음을 준 거라고 맘 편히 생각하려고요. 으허허허.”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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