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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토종 애니 ‘넛잡’ 할리우드 흥행 3위 초반 ‘돌풍’

등록 2014-01-21 11:52수정 2014-01-21 12:15

3427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나흘간 269억 벌어
할리우드 진출 한국 영화 역대 최고 기록 세워
첫 주말에 제작비 절반 회수…29일 국내 개봉
2007년 국내 영화계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 대한 ‘애국주의 마케팅’ 논란이 뜨거웠다. 당시 영화는 북미에서 2277개 개봉관을 확보했고, 사상 첫 대규모 할리우드 시장 진출작이라는 명분으로 국내 관객 846만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정작 북미 시장에서 “(가장 낮은 평가 등급인) Z등급에, 예상 외의 전개조차 없는 각본”이라는 참담한 평가와 함께 1100만달러에 불과한 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의 총수입 7500만달러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 시장에서 거둔 것이다. 심 감독은 당시 “제작비로 (한 영화 매체가 추정한) 1450억원가량 든 것이 맞다”고 밝혔는데, 이무기 탓에 벌어진 영화 속 ‘대형 참사’가 흥행 결과로까지 번진 셈이다.

한국 영화의 할리우드 도전사는 험난 그 자체였다. 국내 극장가에서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진 <괴물>을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와 <광해, 왕이 된 남자> 등도 미국 시장에서 90만~200만달러 안팎의 흥행에 그쳤다. 북미 시장 최고 흥행 기록을 예술 영화인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38만달러)이 갖고 있을 정도다.

이런 면에서 29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넛잡 : 땅콩 도둑들>은 한국 영화의 세계 시장 도전사에 특별한 의미로 남을 만하다. 국내 영화사 ‘레드로버’가 제작비 450억원을 들여 제작하고, 국내 애니메이터들과 3디(D) 인력들이 제작을 주도한 <넛잡…>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북미 지역 3427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21일 미국 영화 관련 누리집 ‘모조’를 보면, <넛잡…>은 북미 개봉 뒤 나흘간 2526만달러(269억원) 수입을 거두며 북미 시장 흥행 3위에 올라있다. 개봉 첫날 480만달러 수입을 거둔 뒤, 이후 3일 동안 2046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한때 흥행 2위까지 올랐다. 첫 주말에만 전체 제작비의 절반을 회수했고, 개봉 나흘 만에 할리우드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역대 최고 기록인 <디워>의 2배 넘는 수입을 올렸다.

제작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토이 스토리>와 <라따뚜이> 등에 참여한 피터 레페티오티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론 카메론, 캐나다 3대 스튜디오 가운데 하나인 ‘툰박스’ 제작 인력과 합작한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북미 1·2위 극장 체인의 합작회사인 ‘오픈로드’가 북미 지역 배급을 맡았고, 세계적인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와 와인스타인컴퍼니가 각각 영국과 그밖의 지역의 배급을 맡았다. 특히 오픈로드는 <넛잡…>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마케팅 비용으로만 2500만달러를 투입했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한국 영화 가운데 특히 애니메이션은 미국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으며 수익을 올린 사례가 없는데, <넛잡>의 초반 흥행 속도를 보면 미국에서만 8000만~1억달러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세계의 문화적 벽이 무너지는 시기에 <넛잡>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력과 완성도가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말썽쟁이 다람쥐 ‘설리’가 여러 동물들의 공동 식량 창고를 불태우는 사고를 친 뒤, 그의 단짝 친구인 생쥐 ‘버디’와 뉴욕의 한 땅콩 창고를 터는 앙증맞은 ‘어린이용 캐이퍼 무비’다. 이 과정에서 창고를 은신처로 써온 은행털이 갱단과 벌이는 좌충우돌 모험을 그렸다.

제작비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평균(8000만달러)의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았지만,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준의 영상을 보여준다. 한국적 정서가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한테도 특별한 이질감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엔딩크레디트와 함께 싸이 캐릭터와 설리 등이 함께 추는 ‘강남 스타일’이 한국 관객들한테는 또다른 볼거리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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