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짧지 않은 설 연휴에 즐길거리가 고민이라면, 역대 최고의 한국 영화 감상을 추천할 만하다. 최근 영화학자와 평론가, 제작자 등 영화 전문가 62인이 뽑은 ‘한국영화 100선’ 가운데 순위를 정했던 상위 12편을 남은 연휴 기간 동안 완전 정복해 보면 어떨까?
한국영화 최고의 작품으로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가 꼽히고 있다. 한국영화 최고의 전성기로 꼽히는 1960년대를 열었던 작품으로 제작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한국영화 걸작’에서 1위 자리를 거의 놓치지 않을 만큼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작곡가인 동식(김진규)이 새 가정부(이은심)와 불륜을 맺으면서 남편과 아내, 가정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성적 욕망의 분출과 기괴한 유아살해사건까지 발생한다. 당시 파격적인 판타지와 스릴러, 에로티시즘이 결합된 고전 걸작으로 꼽힌다. ‘국민배우’ 안성기의 아역배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2010년 전도연이 주연한 <하녀>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 전문가들이 <하녀>와 함께 공동 1위로 꼽은 영화로, 리얼리즘의 걸작으로 꼽히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과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도 있다.
범접하기 어려운 ‘영화의 클래스’를 선보여온 거장 이장호 감독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볼 수도 있다. 이장호 감독은 <별들의 고향>(6위·1974), <바람불어 좋은날>(7위·1980), 바보선언(공동 9위·1983) 등 무려 세편을 ‘한국 최고 영화’ 순위권에 올려놨다. 특히 <별들의 고향>은 이 감독의 첫 작품이자 1970년대 서울에서만 관객 46만명을 넘기면서 당시로는 기적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했던 영화다.
대학교수 부인이 ‘춤바람’으로 일탈한다는 내용의 <자유부인>(4위·1956)과 순박한 시골 처녀가 서울로 상경해 집창촌 여성으로 전락하고 한쪽 팔마저 잃는다는 파격적인 소재의 <영자의 전성시대>(공동 9위·1975)처럼 수십년전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들도 볼 만하다. 특히 영화 <자유부인>은 <서울신문>에 실렸던 원작 소설이 연재 종결과 함께 신문 판매부수가 5만부 이상 줄었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큰 화제를 끌었던 작품이다.
요즘 세대들한테 비교적 잘 알려진 작품들도 있다. 공동 9위에 오른 <서편제>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다. 역대 한국 영화 가운데 ‘1000만 관객 영화’로는 유일하게 순위권에 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공동 7위·2003)은 지금 봐도 11년이란 간극을 전혀 느끼기 어려울 만큼 여전한 재미를 준다.
이들 12편 가운데 10편은 한국영상자료원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 사이트(kmdb.or.kr/vod)에서 편당 500원에 손쉽게 관람할 수 있다. 저작권 문제가 남은 <자유부인>과 아이피 텔레비전(IPTV) 등에서 유료 서비스되고 있는 <살인의 추억>은 이곳에서 볼 수 없지만,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2층에 위치한 영상도서관을 찾으면 12편 영화를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자료: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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