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온라인판 캡쳐
영화의 배경 제작 과정·내용·의미 등 자세하게 보도
“전국 개봉은 삼성을 둘러싼 ‘침묵’을 깬 것” 평가도
“전국 개봉은 삼성을 둘러싼 ‘침묵’을 깬 것” 평가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사망 사건을 다룬 영화 ‘또하나의 약속’이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디언>은 삼성전자 수원 반도체공장에서 일한 딸이 백혈병을 앓다 목숨을 잃자 산업재해를 인정받으려고 고군분투한 영화 주인공, 황상기씨의 이야기를 자세히 전했다. 백혈병 발병과 공장의 작업 환경은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삼성전자와 그에 맞서 싸우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소개했다.
<가디언>은 황씨가 딸이 공장의 유독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탓에 백혈병에 걸렸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초국적 기업인 삼성에 맞선 동시에 삼성과 불편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발뺌하는 한국의 언론들과도 투쟁해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10년 동안 진실을 찾아 헤맨 황씨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전국적으로 상영되는 것은 삼성을 둘러싼 ‘침묵’을 깬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씨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처음엔 딸의 죽음이 산업재해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딸의 동료가 같은 병에 걸리자 의심이 들었고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문·텔레비전·잡지 등 여러 매체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당신은 삼성과 싸워 이길 수 없다’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씨 등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딸 유미씨의 발병이 공장의 유독 물질 때문이라고 판결했으며 2013년에도 백혈병으로 숨진 또다른 삼성 노동자의 죽음과 반도체공장 환경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가디언>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 지킴이 반올림’의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의 말을 빌려 “삼성은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어떤 종류의 물질을 다루는지 미리 공지하지 않았으며, 변호사에게조차 ‘회사 기밀’이라며 화학 물질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쪽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삼성 가족이던 분의 죽음에 매우 슬퍼하고 있으며 병마와 싸우는 분들을 염려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계속 이런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 영화가 다수의 시민들한테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과 개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이 영화 제작비의 4분의 1은 나중에 영화가 만들어진 뒤 영화 관람권이나 디브이디(DVD)를 받는 조건으로 기부한 개인 후원자들의 돈으로 충당했으며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와 제작진이 부담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또하나의 약속>이 됐는지도 소개했다. 법적인 분쟁을 피하려고 제작진은 삼성의 홍보 슬로건인 ‘또하나의 가족’을 ‘또하나의 약속’으로 바꿨으며, 이 영화에 등장하는 기업도 ‘진성’으로 이름 바꿨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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