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아이들을 전쟁으로 내모나

2월 10일 출판 잠깐독서

소년병 이야기
샤론 매케이 지음, 대니얼 라프랑스 그림
하정임 옮김.다른·1만3000원

그래픽 노블 <소년병 이야기>를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아이와 전쟁이라는, 안 어울리는 조합을 다루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열네 살 소년 제이콥은 학교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가 친구들과 함께 반군에 끌려간다. 그들을 데려간 반군은 아프리카 우간다 북부를 근거지로 삼은 반군 ‘주의 저항군’. ‘아촐리 랜드’라는 기독교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세운 이 반군은 아이들을 납치해 소년병으로 전쟁에 내몬다.

반군은 학교 버스를 정부군 차량이라며 습격해서 아이들을 납치하고 학부모는 살해하는가 하면, 부상을 입은 친구를 각목으로 때려 죽이도록 강요하고, 지도자의 성노예로 착취당하다가 도망치려던 여자아이의 귀를 자르는 등 갖은 만행을 저지른다. 군인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만 음식을 주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열매나 도마뱀, 벌레 따위로 연명해야 한다.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고자 폭력과 잔혹성을 내면화하면서 아이들은 점차 냉혹한 전쟁 기계로 바뀌어 간다.

제이콥과 친구들은 다행히 탈출에 성공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들을 맞는 주위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또 다른 상처가 된다…. 집계에 따라 현재 세계 35개 또는 85개 이상 나라에 30만명 안팎의 소년병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월12일은 ‘세계 소년병 반대의 날’이라고 한다.

최재봉 기자 [e-mail]